▲사진=김만수 화백.

[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서귀포 출신 서양화가 김만수 화백. 현대적 색채화로 한국적 감성과 민족주체성을 알리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오면서 대한민국 미술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김만수 화백이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에 매진한 지도 어느덧 40년이 됐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후반, 20년 동안은 서양화를 그렸고 198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년은 한국적인 감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1979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명성을 알린 김만수 화백은 가장 한국적인 민화를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해 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나의 작품은 한국의 감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소재만 우리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며 가장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작품이 가장 세계적임을 강조했다.

김만수 화백은 우리나라 서양화의 1세대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인 송혜수 선생으로부터 그림의 정석과 기본을 익혔다. “서양화를 그릴 때에도 내 스승이 미대에 못 들어가게 해서 나는 내 나름대로 미적감성을 키워나갔다. 4년 동안 미문화원에 가서 외국의 서적과 미술잡지를 보면서 그림과 건축, 사진 등을 보고 국제적인 감각을 키웠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서양화를 잘 그려도 나는 서양화의 아류였고 한국의 정체성이 없는 그림이었다”며 미술 입문 당시를 회상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는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스승인 송혜수 선생도 김만수 화백이 우리 것을 찾아가는 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연적 숙명적인 인생이 있는 것처럼 김만수 화백은 우리의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고 스승 곁을 떠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20년 동안 익숙했던 서양화의 때를 벗기 위해 서양화 붓마저도 꺾어버렸다.

그 후 우리 미술의 주체성을 찾기 위해 고미술, 민속소재로서 우리 미술의 재창조 작업에 몰두해 왔으며 우리 정신세계가 반영된 그림들을 선보여 꾸준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우리 그림을 그린다고 했지만 서양화의 느낌이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의 감성을 찾는데 완성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만수 화백은 “이 나라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래서 돈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으며, 오로지 순수 미술을 추구해 온 사람이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미술관을 피력했다.

이어 “90년대 후반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3년 동안은 고향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바닷가에서 낚시만 하면서 그때 나는 더욱 확신을 했다. 앞으로 언젠가는 5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국적인 감성이 세계의 문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 자긍심을 작품에 녹여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렵게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우리 미술을 하나의 작품세계로 구축했지만 김만수 화백에게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내가 정말 안타까운 것은 한국적인 감성을 부활시켰는데도 이 그림이 중국 그림 같기도 하고 일본 그림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들을 때이다. 물론 새로운 장르의 그림이다보니 눈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이해는 된다.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일본이 우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맥상통한 것 같지만 일본은 자기를 나름대로 정체성을 찾아 가고 있고, 중국은 완벽한 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감성은 그런 완벽한 미라기보다는, 이도 다완(막사발)이나 달항리 같이 자연스럽고 소박한 미에서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 그림에서도 보여 지듯이 우리 그림이 소박한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궁중 민화처럼 화려하고 격조 높은 감성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다 나타내고 싶었다. 나는 한국적인 자연스러운 선을 나타내기 위해 붓도 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는 반면에 강한 힘도 느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만수 화백은 인사동 화실에 한때 독립미술이라는 간판을 걸기도 했다. 그래서 작업하는데 보이지 않는 지장도 있고, 스승이 좋은 작가가 되라고 미대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학연이나 인맥이 없는 그에게는 한국에서 순수하게 그림만 그린다는 것은 생명을 내어놓고 하는 일과도 같았다. 고집이 너무 세다는 말을 듣지만 독립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와 외국에서도 김만수 화백의 그림을 인정해주고 그 뜻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많은 힘이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최창기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 당신같이 내공이 있는 자가 우리의 감성을 후대에게 돌려줘야 되지 않겠냐고… 이런 말을 하면 건방지다고 하겠지만 볼 수 있는 자와 느낄 수 있는 자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대장부가 되고 싶었는데 맹자의 대장부론이라는 글귀를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공감을 하게 됐다. 나는 그런 삶을 실천하고 싶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최양수 기자｜pluswa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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