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황하림 문화부장] 그 나라 민족들이 살아온 흔적들을 역사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들여다보면 역사는 그냥 과거로 흘러간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미래다’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역사 한 줄이, 아니 한 글자가 갓 잡아 놓은 물고기처럼 파닥 파닥거리게 한다.

역사의 한 편린이 이 시대에 되살아나고 또한 미래의 우리 민족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의 어떤 잘못된 행위에 대해 오늘날 개선의 의미로 여겨 교훈으로 삼는 역사 인식도 중요하다.

즉, 그 일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역사 비판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의미보다는 과거의 역사에서 한 줄, 아니 한 글자라도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역사적 강역이라고 우기며 현실에서도 되찾으려는 주변국들의 노력들을 보면서 과거 역사는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살아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우리도 그 역사의 미래성을 되찾자는 의미로 이렇게 우리역사교육원팀이 역사흔적 검정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처음으로 아차산에 올랐다. 그런 역사성은 현재 힘의 논리에 내몰려 있다는 점을 볼 때 어찌 과거의 역사흔적이 미래의 역사가 아닐 수 있다고 무시할 수 있겠는가. 우리 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고 이루어 놓은 업적들을 후손들인 우리들이 잘 지켜서 또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역사를 재인식하는 취지다.

이렇게 그날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것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왜곡된 역사를 널리 바로 알려서 이 땅의 민족 공동체들이 공유하는 의미도 있다. 특히 처음의 원형을 찾아서 그 본래의 뜻을 밝혀 우리의 원형성을 되찾는 노력의 하나로 복본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다.

살려가는 과정에서 정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떤 사료나 학설을 빌미라도 있으면 붙들어서 자기 강역으로 흡수하려는 오늘날 주변 국가들처럼 우리들도 우리 것을 확립하고 방치된 것은 민족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국민이라면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것보다도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침략에도 그에 대한 투철한 대비도 될 것이다. 미래의 힘은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다. 아무것도 모르는데서 일이 터지면 금방 대처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 준비된 자가 기회가 오면 잡는다는 말처럼 우리도 과거의 역사와 강역을 알고 있어야 기회가 올 때 쉽게 잡을 수 있다. 미리준비를 하는 것이 나라의 힘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족한 점도, 잘못 이해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후학의 도움이나 다른 전문가들의 논지가 필요하고 더 구체적이고도 정확히 밝혀 주기를 숙제로 남기기로 한다. 어쨌든 우리 것을 팽개쳐놓는 민족의 사상적 허약성보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민족적 저력을 지닐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우리 것을 제대로 밝혀서 미래의 우리 삶에 자긍심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인류를 리드할 의무도 함께 지녀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다.

서울에서 ‘해맞이 산’이라 불리는 신성한 ‘아침의 산’이 있다. 흔히 ‘아차산(峨嵯山)이냐 아단산(阿旦山)이냐’ 라는 논란에 휩싸인 이산을 지난 10월 25일 토요일 오전 12시 우리역사교육원팀이 찾았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 서쪽에 둘러싸여 있는 아차산(287m)은 우리민족의 역사 현장점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역사교육원팀이 올랐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봉화산을 포함해 망우리 공동묘지지역과 용마봉 등의 광범위한 지역이 모두 아차산으로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문수, 오학림, 윤부용 우리역사교육원 교수를 비롯해 9명의 역사전문가들이 역사검정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차산을 올랐다.

아차산 벤치에서 먼저 한문수 교수의 아차산에 얽힌 역사적 사료에 대한 기조강의가 있었다. 이어 오학림 교수의 발표와 전체 토의가 진행됐다.

먼저 아차산의 명칭에 대한 유래에서 한문수 교수는 “아단산이란 천손의식을 가진 우리민족에게는 ‘해맞이 산’이란 뜻인데 단(旦)의 뜻은 ‘아침 해’이며 ‘해 돋을 무렵’의 의미로 이곳을 신성한 터로 여겨졌던 산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1408)가 등극하면서 이름을 이단(李旦)으로 개명했다. 이때 아단산이라고 불리던 것이 아차산으로 바꿔졌다. ‘단(旦)’자가 ‘차(且)’자로 바뀐 이유는 군주 이름을 피하는 피휘(避諱) 때문이었다. 백성들이 군주의 이름자를 함부로 쓸 수 없는 관습으로 심하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참으로 무서운 사건”이라고 한문수 교수는 말했다.

<삼국사기>에는 ‘阿旦’라고 불렸다. 이후 한자 표기가 ‘阿且山’, ‘阿嵯山’ 등으로 혼용됐다.

“피휘 영향으로 산 이름마저도 ‘아단(阿旦)’에서 ‘아차(阿且)’로 바꿔 오늘날까지 잘못 이어져 왔다고 한 교수는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위작 고려사가 만들어 지면서 한자 표기마저 ‘峨嵯山’으로 아예 바꾸어 버렸다. ‘아차산’의 단초는 1413년 태종이 군현제(郡縣制)를 대개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는 세종의 신찬지리지로 이어지고 위작 고려사로 고착화했다”고 한 교수는 지적하고 “창지개명된 아단산(阿旦山)의 유래를 우리 이름 산에서 찾아보면 아사달산(阿斯達山)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을 가능성과 ‘아침을 여는 산’, ‘해맞이 산’(阿旦山)으로 이를 본래대로 되돌려야 민족적 기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하나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조선시대 세조 때 아차산으로 붙여졌다고 전한다. 그 유래로 장님 점술가 홍계관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점술에 뛰어난 그가 훗날 자신의 극형을 예상하고 황희에게 찾아가 훗날 방비책을 만들었건만 결국 형장의 칼날로 머리가 잘린 전설이다.

홍계관에게 궤짝을 내놓고 세조가 물었다. ‘궤짝 안에 뭐가 있는지 맞춰 보라. 맞추면 너의 소원을 들어 줄 것이고 틀리면 네 목을 자를 것이다’는 첫 질문에 쥐가 들어있다고 홍계관은 맞췄다. “과연 용하구나. 그러면 몇 마리가 있느냐?” 질문을 받은 홍계관은 “세 마리이옵니다” 궤짝을 열자 한 마리의 쥐가 있을 뿐이었다. 홍계관은 혹세무민 죄와 임금을 속인 죄로 꼼짝없이 죽음을 당하게 됐고 결국 아차산에 있는 형장으로 끌려갔다. 이때 구명해주겠다는 약속을 적은 약속의 글을 가진 황희의 아들인 형조판서 황수신의 요구로 궤짝을 열고 쥐의 배를 갈라 보니 새끼 두 마리가 들어있었다. 세조는 “이런, 죄 없는 자를 죽이려 했다니, 여봐라 어서 가서 사형 집행을 멈추게 하여 그를 이리 데려 오너라”고 말하고 전령을 보냈다. 망나니의 칼날이 홍계관의 머리 위에서 춤추다가 “어명이다! 기다려라~!” 말을 타고 멀리서 달려오는 전령의 손짓에 망나니는 자기가 형집행을 늦추고 있어 고함을 치는 줄 알고 그만 칼을 휘두르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형집행 장소의 위쪽 산이 아차산이라 불러졌다는 이야기도 서려있는 산이다.

“이야기야 시대 상황을 꾸몄겠지만 그때 형장이 이곳 아차산 입구에 있었던 관계로 윈혼들이 맴돌고 있다”고 한 교수는 말하고 “그들의 원혼을 풀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고 바른 기운이 돌아오도록 아단산 즉, ‘해가 뜨는 산’ 신성한 산으로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래야 민족적 정기가 바로서고 신성한 기운이 생성한다고 언급했다.

오학림 교수는 ‘여기를 고구려와 백제의 격전지라고 말하는 것도 억지’라고 지적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이야기는 여기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활동무대인 대륙의 하북성 지역으로 고구려 25대 평원왕(재위 559~590년) 시절의 이야기다’고 바로 잡았다. 이어 “아차산의 설명을 적는 간판에 부정하는 <삼국사기>를 인용하는 모습도 어불성설이다”고 말하고 “실제는 우리선조인 동이족들의 본향이었던 대륙의 일이라는 사관을 되찾아야 역사적 사실의 아귀가 맞아진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고구려(리)의 역사성을 부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륙이 아닌 이곳에 조성한 고구려의 스토리텔링이 문화적 차원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만 원래 사실은 알고 있어야 오류의 역사가 바로 잡히고 나라의 뼈대가 건실히 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하림 문화부장｜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