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처음 골프를 시작해 군자리골프코스에서 걸음마를 떼고 서울·한양컨트리클럽에서 여물어졌고 싱글핸디캐퍼로서 면모를 갖추고 궤도에 오른 곳이 남서울컨트리클럽이다.

애마 ‘피아트 124’ 타고 골프장으로 고고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최초 우승의 쾌거는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법이다. 남서울컨트리클럽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처음으로 클럽챔피언으로 우승한 곳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 같다.

1965년 골프를 시작해 군자리골프코스에서 걸음마를 떼고 고양시 서울·한양컨트리클럽에서 여물어졌고 싱글핸디캐퍼로서 면모를 갖추고 궤도에 오른 곳이 남서울컨트리클럽이다.

1976년 클럽챔피언을 시작해 1977년, 1979년, 1995년 등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만 4번의 클럽챔피언에 등극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남서울컨트리클럽은 지형상 산악이라 남성적인 코스다. 젊었을 때는 엄청 많이도 다녔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멀어지긴 했지만 매력 있는 코스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친구(허광수)가 남서울컨트리클럽 오너 아들이었던 점도 있지만 또 같이 골프하며 어울리는 지인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남서울컨트리클럽은 비교적 도심에서 거리가 가까웠다. 지금은 서울 강남에서 제일 가깝다. 분당의 앞마당이라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유독 많았다. 남충우, 이수남, 김해룡, 이은섭, 허광수, 조용길, 장학준, 박정근 씨 등등… 함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인들이 많다보니 언제든지 만나 골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됐던 셈이다.

골프는 늘 배우고 터득하는데 묘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남서울컨트리클럽에는 한장상 프로가 있었다. 허정구 이사장이 안양컨트리클럽에 있던 한장상 프로를 남서울컨트리클럽으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한장상 프로가 공을 무척 잘 칠 때였다. 우리는 가끔 한장상 프로와 플레이를 하며 한두 마디씩 지도를 받곤 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남서울컨트리클럽 회원이 된 것이 1974년이니까 39년이나 된 셈이다. 요즘이야 회원권이 워낙 비싸 회원권 하나 갖는 게 부담도 되고 그런 만큼 재산 축적의 가치와 자기만족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는 그리 비싸지도 않았을 뿐더러 회원권에 그리 연연해하지도 않았다. 당시 남서울컨트리클럽 회원권은 100만원이었다. 이때만 해도 회원권을 구입하는데 특별한 규제가 없었고 여유 있으면 당장 구입할 수도 있어 회원권 구입에 그리 무게를 두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겐 오히려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가 더 기억에 남는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 때였는데 나만의 차를 갖게 된 것이다. 나의 애마는 ‘피아트 124’였다. 그 기분을 뭐라 해야 할까. 세상의 길이 다 열린 그런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말할 수 없이 쫙 뻗어져나가는 기분이었다. 1969년에 운전면허증을 받아 가끔 형님 차를 빌려 타고 다녔는데 비로소 내 차를 갖게 됐던 것. 누구나 경험하듯이 시간만 나면 아내를 태우고 남산이나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고 가끔 청평이나 춘천까지 드라이브를 하곤 했다.

당시엔 자동차들도 별로 없었고, 젊었을 때라 스피드도 엄청 즐겼다. 문제라면 단지 비포장도로가 많은 게 탈이었다. 열심히 세차를 해도 풀풀 날리는 흙먼지 때문에 검정 색의 차가 금세 허옇게 먼지로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그래도 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드라이버 샷에 제대로 맞은 공처럼 쫙쫙 뻗어나가 막힘없이 달리는 것이 아주 기분 좋았다.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이 마치 내 인생의 활로가 열리는 것 같아 더욱 좋았다.

자동차를 갖게 된 기쁨의 속내는 골프장 가는 길이 엄청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무거운 골프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옮기고 할 필요도 없이 내 자동차 트렁크에 항시 골프채를 넣어둘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틈만 나면 애마 ‘피아트 124’를 타고 골프장으로 직행했다. 특히 판교를 지나 아카시아 숲길을 가는 느낌은 언제나 상쾌했고 쾌적했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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