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엘 가려면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안녕히 다녀오세요.” 하고 배웅하는 녀석들을 보면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놀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주는 챔피언 첫 승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1976년 9월 그 날은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 나는 아침 일찍 골프장으로 향했다. 사실 아내에게는 무척 미안한 일이다. 아내는 늘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정신없고 힘들어 휴일이면 아이들과 같이 놀아달라고 하소연을 했지만 나는 번번이 골프장으로 향했다.

말은 안 했지만 원망도 많이 했을 것이다. 큰아이가 1970년생이고 둘째가 1972년 생 그리고 막내가 1976년생이다. 고만고만한 사내아이 셋을 키우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무렵 막내가 막 태어났을 때라 아내로서는 더욱 힘든 시기였다.

휴일 아침에 골프장엘 가려면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안녕히 다녀오세요”하고 배웅하는 녀석들을 보면 어떤 때는 사실 그냥 집에서 아이들과 놀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새근새근 잠자는 막내 녀석을 보며 그날따라 이상하게 녀석들에게 선물하나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딸이 하나 있었으면 했지만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나 역시 아들만 셋을 두었다.

그날 내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좋아하시고 관심 있게 지켜보신 분은 아버지였다. 우리는 부자지간이지만 만나면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골프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날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골프장에 나오시지 않았다. 경기를 하면서 갤러리 사이를 아무리 휘둘러봐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아버지는 행여 내게 심적으로 부담이 될까 염려하시고 몰래 보시던가 아니면 전화로 안부만을 물을 정도로 나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사실 난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 말씀에 잘 따르는 편이었다. 아마 그것은 내가 막내이었기에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더욱 애절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게 예의 주시하시는 아버지의 보호아래 있다는 것이 늘 든든했다.

아마도 그것이 내게는 그 어느 것 보다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난 늘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왔고 또 아이스하키 선수로도 활동했지만 많은 경기를 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부모님을 찾았다. 내게 있어 종교는 부모님이시다. 난 아버지 말씀대로 가족을 중시했고 또 골프를 중시했다. 나는 한 마디로 말해서 가족과 일, 골프 외에는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 우리 옛말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누구나 한 분야에서 열심을 다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난 골프도 열심히 했지만 일 역시 중독이다 싶을 만치 열심을 다했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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