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치 룰을 철저히 지키는 뉴코리아CC 회원이라는 게 자랑스럽기도 했다. 더구나 뉴코리아는 북한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경관 또한 빼어나다

회원친선 경기를 즐기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이 무렵 뉴코리아CC에서도 타 골프장과 같이 회원친선경기를 만들었다. 1984년 6월 3일 첫 번째 회원친선 경기를 자체적으로 가진 것이다. 이에 앞서 5월 27일 회원 215명이 출전해 A(핸디캡 13까지), B조로 나뉘었다. 페어웨이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백티에서 시작했고 그런 대로 감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이날도 난 가볍게 플레이를 했고 메달리스트에 만족했다.

골프가 좋아서 출전하지만 나가는 족족 우승만 할 수 없는 일이고 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즐거움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급적 빠지지 않으려 했다. 가능한 가볍게 마음먹고 참가하기 때문에 즐거움은 당연 더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벤트성 경기로 개장 기념 사장배 경기가 있었다. 대부분 골프장이 이때만 해도 개장기념 경기 따로 사장배 따로 경기를 갖곤 했다. 뉴코리아CC에서는 처음부터 개장 기념 및 사장배를 한데 묶어서 경기를 벌였다. 주로 가을에 열었는데 16회 개장기념 사장배 경기가 벌어진 10월 17일에는 약 200여명 회원이 출전했다. 이상한 게 있다면 뉴코리아에서 경기를 할 때면 비가 올 때가 많았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경기가 10월 중순이라 제법 찬비였다.

그 해 가을엔 가뭄이 들어 모두들 애타게 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날 비가 내려준 것이다. 다소 쌀쌀하고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몹시 가물었다가 내린 비라 모두들 기꺼이 비를 맞으며 플레이를 했다. 그때만 해도 산성비라던가 하는 환경오염에 그리 민감하지 않을 때라 약간의 비가 내리는 정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라운드를 했다. 오히려 가을날 비 내리는 길을 바바리 깃을 올려 세우고 걷는 이들을 멋있다고 할 정도로 낭만과 서정이 깔려있을 때였다.

이날 난 아내를 동반하고 나왔다. 이때만 해도 아내가 골프를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가끔 골프장에 따라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마음이 그리 가볍지 않은 날이었다. 역시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날 난 73타를 기록해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고 메달리스트를 했는가 하면 A조에서 유일하게 혼자 4.5m를 그린 온 시켜 니어리스트와 함께 2관왕을 했다. 함께 한 친구들은 아내가 옆에 있으니까 니어리스트를 하게 된 것 아니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자못 흐뭇한 경기로 기억이 된다. 이날 경기 우승자는 조희규 씨였다.

이 경기 때 기억에 남는 두 사람이 있다. 당시 골프를 잘하는 사람으로 박병식 씨가 떠오른다. 제일은행과 경남은행을 두루 거친 전형적인 은행원 골퍼로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매너 좋은 사람으로 기억이 된다. 이날 그는 네트스코어 71타로 A조 우승을 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이 정영훈 씨다. 대학선배인 그는 이날 B조로 출전했는데 사실 공식경기 출전경험이 없어 정확한 공인 핸디캡을 조정 받기 위해 출전한 것이었다. 교통부기획관리실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분으로 워낙 장타라 이날 백티 경기가 자신에게 이점을 안겨 줘 베스트 스코어 기록을 낸 것 같았다.

구력 13년에 공식경기는 2번째였다. 그는 연세대학교 학생회장 출신들의 모임인 연우회 회장과 한성CC 한성회 회장을 했다. 뉴코리아CC가 멋진 것은 자기 핸디캡만 치면 5위까지 입상권에 들 수가 있다는 점이다. 명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치 그만큼 룰을 철저히 지키는 골프장이고 그러한 골프장 회원이라는 게 자못 자랑스럽기도 했다. 더구나 뉴코리아는 북한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 경관 또한 빼어나다.

골프장 건설 당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이 많아 숲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코스 자체를 일부 변경했다는 후문이 있듯이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진 골프장 안에는 100년이 넘은 수백 여 그루의 소나무와 자작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정희 대통령이 이 코스를 즐겨 다니기도 했다. 후일담이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이 무렵 뉴코리아CC에서 골프를 했는데 가끔 말을 타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원당의 고양막걸리를 좋아해 일행과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셨다는 일화가 있다. 한적한 농촌의 멋과 향취가 느껴지는 이야기다. 뉴코리아CC는 예전과 다름없이 자연미에 탄복할 정도로 조경이 자연 그대로 펼쳐져 있어 아름다움과 함께 더욱 품격을 느끼게 하는 골프장이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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