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골프인생의 정점에서 말 그대로 점하나 찍어둔다는 것,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았다는 표시이다.

챔피언, 이제 시작이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이렇듯 나는 끊임없이 나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때만 해도 나의 무기는 드라이버 샷과 페어웨이 우드 샷이었다. 주위에서는 골프에만 전념한다면 경이적인 스코어가 나올 것이라고 나를 부추겼다. 나 역시 프로에 입문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일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회사 일까지 접어가며 골프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가족이 있는데 나 좋다고 나 좋은 일만 할 수는 없었다. 가끔 거기서 오는 삶의 무게들이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짊어져야 할 짐이었기에 난 묵묵히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1978년 고배를 마신 이듬해 1979년 9월 21일～23일 3일간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챔피언십은 나를 또 한 번 챔피언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본선에 오른 선수로는 조용길, 이수남, 유승억 씨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이들은 모두 골프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난 이날 경기에서 큰 무리 없이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만 세 번째 챔피언이 됐는데 이날 챔피언컵을 건네준 사람은 허정구 이사장이 아니고 강한익 부사장이었다.

이 기억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마도 친구의 아버지인 허정구 이사장을 나름대로 선망했던 것 같다. 허정구 이사장은 초대 프로골프협회장, 초대 골프장사업협회 회장, 6대 대한골프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왕립골프협회(R&A) 회원으로 활동했던 한국 골프의 선구자다.

많은 대회에 나갔지만 나간 족족 우승할 수는 없는 일이고 가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날이 많았다. 하지만 승부에 2등은 필요 없다. 단지 1등, 승자만이 살아 기억에 남을 뿐이다.

이날 시상식장에서 느낀 느낌이지만 사실 트로피라든가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골프인생의 정점에서 말 그대로 점하나 찍어둔다는 것,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았다는 표시가 될 것 같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산악인처럼 한 발 한 발 차분히 내딛은 결과이고 주어진 결과물이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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