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리아 챔피언 4승, 남서울 챔피언 3승, 83년 부평CC 챔피언을 거쳐 오란씨오픈, 부산오픈, 쾌남오픈 등을 석권하는 국내 베스트 아마골퍼로 군림

아이스하키 선수이기도 했던 만능 스포츠맨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뉴코리아CC 세 번째 챔피언에 오른 1983년 대회 때였다. 첫날 대회에서 75타로 2위에 그쳤는데 둘째 날 경기 점수가 의외로 괜찮았다. 69타를 치는 좋은 점수가 나왔다. 셋째 날 경기가 시작되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몹시 거칠었다.

난 어려울 때면 부모님께 기도하는 버릇이 있었다.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의 평정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라운드에 임할 수 있었다.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을 찾게 된다.

이는 어렸을 적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고 있을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무슨 경기든 열심히 하고 이뤄내야 하는 부담감에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때 내 정신적인 지주가 아버지이고 어머니였다. 세상에 부모님처럼 자식을 생각하고 위하는 이가 또 있을까. 어린 나이였지만 일찍이 부모님 마음을 읽었던 나는 어려울 때마다 속으로 부모님을 찾았다.

아버지께서 늘 해주신 말씀이 있다. ‘훌륭한 전사는 전시라야 그 진가가 나온다’라는 말씀과 ‘항시 준비하고 상황에 대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빼놓지 않으셨는데 특히 ‘골퍼는 그린에 부는 바람을 빨리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는 관찰력을 키우라는 말씀으로 새겨들었다.

무슨 일이든 빨리 빠르게 판단하는 것과 관찰력 그리고 중심이 선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튼 1983년 10월, 이날 난, 비바람 속을 뚫는 롱퍼팅에 힘을 얻어 75타를 거두었다. 2오버에 합계 218타로 뉴코리아CC 3승 챔피언 타이틀에 성공했다.

이종민 씨는 이 경기에 4번 참가하여 78, 81년에 이은 3번째 타이틀 획득이며 남서울CC 76, 77, 79년 챔피언타이틀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번 우승자로 6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골프만 했던 것 같다. 이 무렵 세상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몹시도 어수선했다. 아마도 그 어수선함에 휩쓸리지 않으려 골프를 했는지도 모른다. 이어 나는 1984년도 챔피언 경기에도 연속으로 출전했다.

한 계절 무르익은 필드에 가을비가 바람을 대동하고 점유하고 있었다. 붉은 단풍들도 비에 젖어 뚝뚝 목을 꺾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스산한 가을이면 누구라도 잠시 감상적으로 빠지기 마련이지만 현실적으로 비 오는 날의 골프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특히 초보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린에 물이 묻어 생각보다 밀리기도 쉽고 공연히 급한 마음에 뒤땅(duff)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골프가 손에 익혔을 때야 다소 관리를 하면 되겠지만 어쨌든 비 오는 날의 골프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온도가 내려가다 보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날 성적은 의외로 전년도 218타 보다 10타가 더 많은 228타였다.

9월 26일부터 3일간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한 첫날 경기에는 오석구 씨가 73타를 쳐 1위를 마크했고 내가 75타를 때렸다. 둘째날 경기에서 김정남 씨가 75타 내가 78타를 쳐서 조희규 씨와 공동 1위를 달렸다. 이날 경기 때도 그 전처럼 비바람을 동반한 궂은 날씨가 험상궂게 그린을 빙빙 돌았다. 이때도 부모님께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셋째날 경기 때 75타를 쳐 총 228타로 뉴코리아CC에서 4번째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나는 뉴코리아CC 챔피언 4연승자가 됐으며 남서울CC 챔피언 3번, 83년 부평CC 챔피언을 거쳐 오란씨오픈, 부산오픈, 쾌남오픈 등을 석권 국내 베스트 아마로 군림하고 있는 화려한 전적을 갖게 됐다.

1944년생으로 구력 18년에 홀인원 2번을 기록하고 있으며 장기로는 깨끗한 아이언샷이 일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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