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를 안 했다면 그 많은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내심 궁금해질 때가 많다. 시간과 돈을 들여 내 몸을 혹사(?)시켜 가며 하는 이 즐거움이 골프에 있다는 걸 말로 한들 그 누가 알아줄까

남서울 코스레코드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1977년, 지금 생각하면 이때부터 내 골프에 날개가 돋기 시작한 것 같다. 난 연거푸 2번 클럽챔피언을 했고 그 해 10월 개장 6주년 기념경기에도 나갔다. 모르는 사람들은 오로지 골프만 하는 사람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미 골프와 사랑에 흠뻑 빠진 것을. 사랑과 미움은 가려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날 난 또 일을 내고 말았다. 남들이 하는 것을 매양 지켜보면서, 남의 일 같고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던 코스레코드(course record, 각 코스에서 공식을 인정한 최저 스코어의 기록)를 한 것이다.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코스레코드에 든 것은 클럽챔피언을 하고 난 1개월이 지난 클럽기념일 경기에서였다. 이날 경기에 A조로 나가 메달리스트(medalist)가 됐고 난생 처음으로 그로스 70타로 코스레코드를 수립했다.

당시만 해도 골프를 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기량도 지금 같지 않은데 70타로 코스레코드를 했다. 지금이야 용품으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기량이 월등히 좋아져 70타는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지만 당시로서는 흔치않은 기록이었다.

이 무렵 제24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가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열렸는데 난 여기에도 참가했다. 우승은 김주헌 씨가 했다.

난 이 무렵에는 더욱 골프에 몰두했다. 일단 어디에서든 경기가 있으면 거의 출전하다시피 했다. 외국에 나가 있거나 부득이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 말고는 가급적 대회에 나갔다. 아무리 혼자 공을 잘 친다 해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자신의 기량도 넓히고 또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인생의 폭을 넓히는데 골프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골프를 안 했으면 그 많은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하고 내심 궁금해질 때가 많다. 시간과 돈을 들여서 내 몸을 혹사(?)시켜 가며 하는 이 즐거움이 골프에 있다는 걸 말로 한들 그 누가 알아줄까.

※ 메달리스트(medalist) : 매치 플레이의 예선 경기는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상위 16명으로 제한하는데 그 수위에 있는 사람을 메달리스트라고 한다. 스트로크 플레이를 가리켜 메달 플레이라고 부른데서 비롯된 호칭이다.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