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 내면세계를 주관적 시각으로 표현한 사진과 객관적 시각으로 표현하여 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사진 그리고 인물을 오브제로 선택한 사진으로 분류하는데…

[골프타임즈=김영태 사진비평가] 독일사진의 전통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현실을 기록하는 행위와 지극히 주관적인 태도로 대상을 표현하거나 실험적인 시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다루는 것에 근원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한 경향의 대표적인 사진가 중에 한사람이 신객관주의 사진가인 알버트 렝거파취(Albert Renger Patzsch)이다.

그는 식물, 기계 등을 카메라 렌즈의 광학적인 특성을 이용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했다.

인간의 육안을 초월한 극사실적인 세계를 통하여 사진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표현영역을 구현한 작가다.

또 다른 경향인 주관적인 사진은 1950년대에 오토 스타이너트(Orto Steinert·1915~1978)에 의해서 실현됐다.

그는 ‘주관적 사진’이라는 전시를 기획해서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전시에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사진가 중에서 사진을 주관적인 표현매체로 인식한 사진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한편으로는 일찍이 1920년대에 소형카메라의 개발과 인쇄기술의 발달에 힘입어서‘르포르타지 포토그래피’라고 일컬어지는 저널리즘 사진의 전통이 만들어졌다.

미국저널리즘사진의 뿌리이기도 하다.

특히 1936년에 ‘라이프’(Life)지가 창간된 이후 1950년대까지 저널리즘사진의 전성기가 지속됐다.

또한 오랫동안 사진의 대명사는 다큐멘터리 사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20세기 독일사진의 또 다른 축에는 독일의 민중들을 직업, 계층 등으로 분류해 인물사진을 찍은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1876~1964)가 있다.

그는 사회과학적인 시각으로 독일인들을 분류해 인물사진을 찍어 20세기 초반 독일사회의 현실을 반영했다.

이 결과물은 쿠르트 볼프 페르락(Kurt Wolff Verlag) 출판사에 의해 사진집 ‘Face of Our Time’(1929)으로 출간된다.

그러나 그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가로 등장한 것은 나치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다.

1934년 나치정권이 들어서자 그의 사진집은 모두 불태워지고 정치범으로 분류돼 사진 활동에 많은 제약이 가해진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는 비밀스럽게 초상사진을 찍어나갔으며, 전쟁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잠시 라인강 주변의 풍경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지만 폭격으로 인해 상당수 사진들이 손실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자 곧바로 세계는 아우구스트 잔더를 명실 공히 독일을 대표하는 사진가, 세계를 대표하는 사진가로 자리매김 시켰다.

1951년에 쾰른의 <포토키나>가 특별전에 초대했으며, 1960년에는 베를린 시가 그를 위해 대내적인 전시를 개최해 줬다.

독일사진의 영웅이 된 아우구스트 잔더는 1962년 전 생애의 초상사진만을 모아 『Mirror of the German』을 출간했으며, 그리고 2년 뒤인 1964년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에 세계는 그를 위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진 책 중 하나인 ‘August Sander: Citizens of the Twentieth Century’(1980)를 출간해 헌정한다.

인물사진은 인물의 내면세계를 주관적인 시각으로 표현한 사진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인물을 찍어 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사진 그리고 인물을 오브제로 선택한 사진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잔더의 인물사진은 두 번째 경우에 속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사진은 그러한 인물사진 중에 일부다.

모델의 복장을 통해 인물의 직업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카메라의 사실적인 재현능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인물사진을 찍었다.

그의 인물사진에는 독일의 사회적인 현실이 투영돼 있다.

그가 찍은 인물사진은 인물 개개인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인물의 직업과 사회적인 계급을 통해 독일사회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사진으로 기록한 사회과학서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사진에는 인물이 포함돼 있다.

사진은 처음 출발부터 세상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과 회화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전자의 경우 때문에 초상사진이 널리 퍼져 나갔다.

초상사진에는 인물의 내면뿐만 아니라 시대의 문화가 담겨져 있다.

인물의 복장을 비롯한 패션이 시대를 표상하는 기호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잔더는 사진의 이러한 매체적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였기 때문에 시대를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초상사진을 찍었다.

독일사진의 역사적인 전통은 베허학파 사진가들에 의해서 현대사진의 표현방식이자 미학으로 정립됐다.

이러한 사진을 유형학적인 사진이라고 칭하는데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특정한 대상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찍은 사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독일의 유형학적 사진은 1990년대부터 현대사진의 주류적인 경향이 되어 세계사진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독일 현대사진은 신표현주의 회화, 디지털프린트 기술, 디아섹 이라는 새로운 프레임 방식 등과 융합돼 현대사진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한국사진도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현대사진의 경향에 영향을 받아서 초대형화 되어 사진의 제작방식 및 제작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와 같은 현대사진의 뿌리에 아우구스트 잔더의 인물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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