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20세기 근대사진가 빌 브란트는 당시 다큐멘터리가 주류였던 사건중심적 사진보다 일상적인 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주관적인 시각으로 세계관 및 미학을 표현했다. 그의 누드사진은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골프타임즈=김영태 사진비평가] 빌 브란트(Bill Brant, 1905~1983)는 영국을 대표하는 20세기 근대사진가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전에는 기록사진을 찍었고, 전쟁 중에는 전쟁에 시달리는 런던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찍었다.

작가는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먹구름이 낀 날 주로 사진을 찍었다. 또 사건중심적인 사진보다는 일상적인 생활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었다.

이러한 점이 당시의 다른 사진가들과는 차별화된 특징이다. 주지하다시피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사회적으로 사진의 대명사는 다큐멘터리사진이었다.

작가도 기계적인 기록성을 바탕으로 한 기록사진을 주로 찍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실을 기록하기보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표현했다.

계조가 고르고 풍부한 사진보다 흑과 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강한 톤을 선호했다. 다른 사진가들과는 차별화된 표현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의 사진미학으로는 파격적인 것이었고, 모더니즘사진 미학의 규범에서는 일탈한 결과물이었다.

작가가 활동한 시기는 다큐멘터리사진 혹은 저널리즘적인 사진이 주류적인 사진경향이다. 작가는 이러한 주류적인 경향과는 다른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사진사적으로 주목 받는 작가가 됐다.

특히 1960년대에 발표한 ‘Perspective of Nudes’시리즈는 대형카메라에 초 광각 렌즈를 부착해 누드사진을 찍은 결과물인데, 광각렌즈의 광학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광각렌즈를 부착하고서는 대상에 최대한 접근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로 인해 원근감이 과장되고 대상 자체는 왜곡되어 비현실적인 공간이 구축됐다.

카메라의 메커니즘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초현실주의적인 맥락 안에서 작동하는 결과물을 생산 한 것이다.

작가도 1920년대에 발생한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비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과 현실공간을 재배치해 낯선 상황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표현전략이다. 이 대목에서 작가의 작품이 초현실주의와 만나게 된다.

특히 빌 브란트의 누드사진은 대상 자체가 왜곡돼 object로 존재한다.

그것과 더불어서 현실을 비켜나간 공간 및 분위기가 생성됐기 때문에 초현실주의적인 문맥이 발생했다.

근대사진과 현대사진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 중에 하나가 기록과 표현이다. 근대사진이 기록을 지향했다면 현대사진은 표현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빌 브란트의 사진을 분석하면 표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적인 사진문법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현대 시각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일상과 초현실주의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진을 선택한 사진가가 빌 브란트이다.

이 지점에서 당대의 다른 사진가들과 차별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는 작가로 남게 된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기록적인 태도로 찍은 것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을 찍은 사진도 있다. 이 지점에서 1950년대 후반 이후 현대사진의 새로운 경향과 만나게 된다.

현대사진과 근대사진의 차이점 중에 하나가 표현대상의 변화다.

근대사진에서는 특별한 사건 및 대상을 주로 다루었다. 하지만 현대사진에서는 일상이 주된 관심사이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는 예술가들이 더 이상 거대담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사진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또 전자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다루었다면, 후자는 주관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표현했다.

작가는 이처럼 시대를 초월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어 차별화된 지점을 확보했다.

19세기에 최초로 예술사진이 꽃피기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하지만 사진사적으로 주목 받는 사진가는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 혹은 미국 출신이다.

하지만 빌 브란트는 시대를 초월한 독특한 조형언어를 생산했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는 작가가 됐다. 또한 시대를 앞서간 작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 모더니즘사진은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객관적이고 공론적인 것을 다루었다.

하지만 빌 브란트는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일상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방식을 선택했다.

이 지점에서 현대사진의 미학과 교집합을 이루게 된다.

영국의 현대예술은 1980년대 후반부터 또 다시 주목을 받는다.

동시대적이고 아방가르드적인 태도가 느껴지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빌 브란트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예술일 수 있는 것은 늘 새로움을 유지하고 시대와 조우하기 때문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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