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세계 명작 사진 읽기5 - 앙드레 케르테츠의 조형사진

화면구성이 중첩적이고 언어나 문자로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비언어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가 표현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평범한 일상의 한부분이다.

[골프타임즈=김영태 사진비평가] 20세기 모더니즘사진은 미국의 형식주의 조형사진, 저널리즘사진 혹은 다큐멘터리사진, 독일의 실험적인 뉴 비전사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저널리즘사진은 1937년에 ‘라이프(Life)’지가 창간된 이후로부터 1950년대까지 전성기가 지속됐다.

소형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망판사진인쇄가 개발되면서 화보잡지가 널리 대중화됐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역사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서 화보잡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출판산업이 발달하고 사진에이전시가 많이 설립돼 포토저널리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당시에 활동한 사진가들은 대부분 저널리즘적인 사진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사진작업을 하는 사진가도 있었다. 그 중에 한사람이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 1894~1985)이다. 그는 저널리즘적인 사진작업도 했지만 조형성을 추구하는 사진작업도 했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투영한 것 같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 중 일부는 보편적인 언어나 문자로 해석될 수 있는 층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미지 그 자체로 의미가 발생한다.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대상 혹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대상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한 대상을 감각적으로 해석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장면이나 사물을 감각적인 프레임으로 재구성했는데 가장 사진적인 이미지의 매력을 환기시켜준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모더니즘사진시대의 대표적인 사진가 중에 한사람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주된 사진경향과는 차별점이 드러나는 사진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은 보편적인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언어의 범주를 벗어난 경우도 있다. 문자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미지 그 자체로 의미 전달체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대상과 장면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과 미적인 주관을 제시했다. 내면화되고 사유화된 사진영상세계를 제시했다.

사진은 일반적으로 외관이 사실적이고 지시적이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어느 지점을 절취한 것이므로 비선형적이다. 문자나 언어와는 다르게 비논리적인 매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명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동일한 결과라도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읽혀진다. 작가는 사진의 이러한 매력적인 특성을 수용해 새로운 영역에 존재하는 현실을 시각화했다.

일반적으로 사진사에서 1950년대 후반에 영상언어의 내면화 혹은 사유화현상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전에도 그러한 징후가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미국근대사진의 출발선상에 있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후반기에 찍은 구름연작 ‘이퀴벌런트 시리즈’에서 그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케르테츠의 조형적인 사진에서 내면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작품도 그 중에 일부다. 바닷가에 있는 집에서 풍경을 찍었다. 화면구성이 중첩적이고 언어나 문자로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비언어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가 표현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평범한 일상의 한부분이다. 작가가 감각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느낌으로만 의미가 전달되는 이미지가 생성됐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실적인 재현을 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작가는 사진의 이러한 능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며 표현매체로서 사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사진이다.

또한 작가의 절제된 조형감각과 철학적인 사유세계가 돋보이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모더니즘 사진미학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마무리된다. 특정한 사건이나 장면 혹은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서 사진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보여준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