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세영이 ‘한화금융 클래식 2013’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사진제공=KLPGA]

[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태권 소녀’ 김세영(20·미래에셋자산운용)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2013’(총상금 12억원·우승 상금 3억원)에서 ‘이글과 홀인원’으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우승을 일궈냈다.

김세영은 지난 8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 오션·밸리 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2주 전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18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이 유력했던 김세영은 마지막 날 주저앉았다.

코스 세팅이 쉬워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들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지만 김세영은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김세영은 1오버파에 그치며 17언더파로 경기를 끝냈고, 9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23언더파를 기록한 김하늘(25·KT)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

지난 대회와 달리 최종 라운드를 쫓아가는 입장에서 편안히 시작한 김세영은 행운까지 가미되면서 5타 차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하는 역전 드라마를 썼다.

김세영은 한화금융클래식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연장 승부를 벌였다.

18번홀(파5·598야드)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 2ｍ를 조금 넘는 파 퍼트를 실패한 유소연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김세영은 시즌 상금 4억8827만원으로 올 시즌 상금 랭킹 1위로 도약했다.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6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태권도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드라이브 비거리도 수준급이며 267.20야드로 이 부문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김세영은 지난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일군 이후 약 5개월 만에 시즌 2승째도 역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1번홀(파4·390야드)을 보기로 시작했고, 4번홀(파5·526야드)에서도 1타를 잃어 1오버파로 처졌다.

전반 9홀을 마쳤을 때만 해도 단독 선두 유소연에게 무려 5타나 뒤져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9번홀(파4·439야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러프에 힘들게 친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 샷 이글을 기록하며 잃었던 타수를 단번에 만회했다.

이 홀에서 티샷이 왼쪽 러프에 빠졌지만 홀과 약 65m 거리에서 56도 피칭웨지를 들고 하이로 올린다는 게 이글로 연결됐다.

이어 유소연이 11번홀(파4·374야드)과 14번홀(파5)에서 1타씩 잃으며 김세영에게 추격의 빌미를 내줬다.

파 세이브를 하며 안정적으로 타수를 지켜낸 김세영은 15번홀(파4·352야드) 버디로 3타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

결정타가 된 것은 김세영의 17번홀(파3·168야드) 홀인원이었다.

16번홀(파4)에서 유소연은 3ｍ 정도 되는 파 퍼트를 넣은 반면 자신은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격차를 더 좁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의기소침했던 김세영이었다.

6번 아이언을 잡고 친 티샷은 홀 7m 거리에 떨어진 뒤 몇 번 구르더니 자석처럼 그대로 빨려 들어가며 유소연과의 격차를 1타로 좁히며 턱 밑까지 추격했다.

김세영은 프로 데뷔 후 첫 홀인원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며 17번홀 부상으로 벤츠 G350 차량(약 1억5천만원 상당)도 덤으로 챙겼다.

까다로운 18번홀(파5·598야드)을 파 세이브하자 기회가 찾아왔고 선두 유소연이 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 승부까지 가게 됐다.

연장전에서 김세영의 장타가 빛을 발휘했다.

유소연은 드라이브 거리가 짧아 4온으로 파 세이브 전략을 세웠지만 김세영은 3온을 노렸다.

김세영의 세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했지만 프린지에 떨어졌다.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2m 파 퍼트를 잡아내며 숨 막히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16번홀을 마치고 사실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생애 최고의 날이다. 공식 대회에서 홀인원을 처음 기록했고, 한 라운드에서 이글 2개를 잡아낸 적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17번 행운의 홀인원이 나와서 조짐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잭팟이 터질 줄이야.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함박 미소를 지었다.

김세영은 “연장전 퍼트는 롯데마트 때의 마지막 이글 퍼트와 느낌이 똑같았다. 우승하려면 이런 날이 와야 하는 것 같다”고 ‘역전의 여왕’다운 소감을 밝혔다.

우승 상금에 홀인원 부상까지 더해 4억5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이번 대회에서 챙겨가게 된 김세영은 “상금왕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진출을 목표로 남은 시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중반만 하더라도 여유 있는 대회 2연패가 유력하던 유소연은 허망한 역전패를 당하며 아쉬운 2위에 그쳤고, 1억1520만원 상금을 획득했다.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이 최종 합계 1오버파 289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슈퍼 루키’ 김효주(18·롯데그룹)와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김효주가 11오버파 299타로 공동 35위, 전인지는 9오버파 297타로 공동 25위다.

이 대회 전까지 신인왕 포인트에서 김효주가 91점을 앞서 있었지만 이 대회를 통해 81점 차로 간격이 줄었다.

최양수 기자｜pluswa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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