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집착하는 문화는 서열을 통해 불필요한 경쟁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의 산물 ‘골프가 학문인 듯 착각하지 마시길’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골프 선수로서 성공하려면 욕심과 집착이야말로 벗어나야할 최대의 과제이다. 그야말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무욕의 마음 상태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갖기 위해 노력하자면 그 어떤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

근래에 한국 골프 경기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출전할 수 있는 시합이 많아졌다. 아마추어 선수는 아마추어 선수대로 프로선수는 프로선수대로 등급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1년에 줄잡아 15∼25개 정도 출전할 수 있다. 국내외로 잡다한 시합까지 포함한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혹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4년 만에 돌아오는 올림픽, 아시안 게임을 생각해보라. 2년 만에 돌아오는 여타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를 생각해보라. 다른 경기에 비하면 많아도 너무 많다.

선수들이 이렇게 많은 시합을 치루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실전을 통해 경험하고, 실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여타의 종목보다 많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골프선수들은 정상에 한 번 서지 못하고 성장을 멈춰버린다. 이것이 일반적인 골프선수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많은 선수들이 골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데 주요한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오직 성적에만 집착하는 시합 태도에 있다. 이러한 태도에서는 아무리 많은 시합을 치른다 해도 ‘많음’에서 오는 득은 결코 얻지 못하는 것이다.

시합에서의 좋은 성적은 골프선수의 희망이자 목표이면서 그토록 죽어라 연습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선수라면 누구에게나 당연한 태도이다. 그러나 아직은 좀 더 성장이 필요한 선수에게 그렇게 결과만을 요구한다면 사상누각과 같은 골프를 자처하는 것과 같다. 단지 그렇게 성적 자체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훈련에 대한 태도 변화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골프에 대한 사고의 전환 역시 쉽지 않게 된다.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성적에 집착하는 문화는 서열을 통해 불필요한 경쟁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것은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획일화된 교육, 창조성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은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데 소홀하고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일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곧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통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지배할 차세대 신기술은 암기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국·영·수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바로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창조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미국의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어린 시절, 알을 품어 병아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아들의 엉뚱한 행동에 어머니는 말없이 기다려준다. 이 일화는 우리 교육이 얼마나 삼천포로 빠져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현재의 우리 교육이라면 ‘네가 그렇게 알을 품는다고 절대 병아리가 되지 않는다. 쓸데없는 짓은 안하는 것이 좋다.’면서 그 발상 자체를 애당초 꺾을 것이다. 경험과 창조에 의한 지식습득 기회를 원천봉쇄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같은 한국의 교육 문제가 도대체 골프 잘 치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을 게다. 기억하시라. 성적을 중시하는 문화는 골프나 교육이나 매한가지 그 본질을 통찰하는데 가림막이 될 뿐이다. ‘지금의 나’를 성찰하고 성장시키는 일에 단지 그럴싸하고 보기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골프 선수가 아무리 많은 시합을 하고 고된 훈련을 한다 해도 구력과 성적의 관계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분명하게 있을 터, 하지만 본인도 그렇고 누구도 그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정이 멈춰버린 그대에게 고하느니, 잔디위에서 무한한 창조성을 발휘하라. 기발한 방법을 시험하라. 이러한 시도는 매우 유용하고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꺼리면서 결단에 주저한다.

자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방법, 자신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방법, 자신이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방법들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자신이 해서는 아니 될 이상한 골프로 인식된다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성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더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공부는 안 하고 취미활동에 전념하는 것과 같다. 오로지 공부만 잘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어디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일인가? 취미활동이 평생 직업이 된다면 이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성장을 멈춘 골퍼가 창조적인 시도를 주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적인 플레이는 오로지 성적을 위해 시합을 하는 선수에게 매우 큰 도박과도 같다. 그래서 성적에 위협이 되고 성적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되는 일은 엄두를 못 내게 된다. 시합마저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미련 곰탱이 같은 선수들이 있으니, 연습라운드에서도 성적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습라운드에서 성적이 좋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본 시합을 위해서 코스를 점검하는 것이 주목적이 돼야하지 않겠는가? 공이 물에 빠지든, OB가 나든, 새 공이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스코어를 까먹는다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공략과 창조적인 샷을 적용해봐야 한다. 골프선수라면 항상 이러한 마음으로 연습라운드에 임해야 한다.

골프를 잘 치는 방법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잘 붙이고 잘 넣으면 그것이 정답인 것이다. 그대에게 주어지는 그토록 많은 골프 경기가 이러한 시험무대로 활용될 수만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채워진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골프의 속성을 바로 알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대가 아직도 ‘예선 통과’가 목표인 골프를 하고 있다면, 성장이 멈춰버린 자신의 골프를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온전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갈망한다면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한다. 성적에 집착하는 골프는 불필요한 욕심이며 성장을 저해하는 잘못된 접근임을 분명히 기억하라.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출처 : 골프, 마음의 게임, 저자 이종철 / 도서출판 예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