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보기 좋은 어려운 샷을 구사하는 것 보다 스코어를 까먹지 않는 안전한 공략이 더 현명한 생각일 수 있어 ‘모험과 안전, 공략은 수비적 샷은 공격적’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인간의 욕심은 오욕(五慾)이라 하여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이렇게 다섯 가지를 일컫는다. 속세의 삶이란 이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여기에 온갖 번뇌와 고뇌가 생성된다. 시기, 질투가 바로 이러한 과욕에서 비롯된 마음의 잡음이며 욕망을 채우기 위한 투쟁이다. 결국 피투성이가 되고, 아수라장이 되어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끊이지 않는 곳, 그 현장이 바로 우리의 삶인 것이다.

잔디밭 위는 어떠한가? 잔디밭이라고 해서 우리의 삶과 분리된 공간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대는 과연 자신의 마음속에 욕심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미련한 중생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무엇이 욕심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욕심인지 모른다는 것에 있다.

스윙을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 거리를 좀 더 보내고 싶은 마음, 언더파를 치고 싶은 마음, 핀에 좀 더 붙이고 싶은 마음, 파 5에서 무리한 투 온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 버디 이글을 하고 싶은 마음, 이러한 마음을 욕심이라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대도 알다시피 모두 욕심이다. OB로 날아가는 볼과 해저드로 퐁당! 하는 볼이 바로 이러한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으리라. 너와 내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이러한 욕심을 나는 ‘눈에 보이는 욕심’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다면 다음을 보자.

좋은 티타임을 받고자 하는 마음, 시합이면 새 장갑을 끼고 싶은 마음, 날씨가 좋기를 바라는 마음, 시합 때문에 음식을 가려먹으려는 마음, 동반자가 맘에 드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 코스상태가 좋기를 바라는 마음, 코스 따라 기술 샷을 구사하려는 마음, 시합을 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방해 되는 것을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 이런 마음들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한 평범한 생각이고 바람이다. 어떤가?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욕심이라 치부하기에 좀 미미한 부분이 있는가? ‘이게 무슨 욕심이 되느냐?’라고 말하고 싶은가?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모두 집착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마음의 찌꺼기이다. 생각해보라! 어찌됐든 이러한 마음은 남보다 좋은 조건을 만들려는 자신의 욕구가 숨어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무언가를 잡고 있다면 모두 욕심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욕심’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골프선수라면 누구든지 성공하고 싶고 시합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매한가지이다. 나는 나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마음, 그것마저 욕심이다.” 그러나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생이 있으니.

“선생님! 어떻게 욕심을 안 가질 수가 있어요. 전부 다 1등하고 싶고 잘하고 싶죠. 솔직히 1등 안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런 마음이 없다는 게 말이 돼요?”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이 욕심이 아닌지, 그야말로 똥오줌 못 가리는 중생의 마음이다. 안타깝게도 이 선수는 “예선통과만 되면 어떻게 해보겠는데”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그런 골프를 하고 있다.

욕심도 역시 내 안에 이는 마음의 변화이다. 이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바라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서 그것이 어디 다 취해지는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이 어디 쉽게 이루어지는가? 욕심이 채워지기라도 한다면 어디 그것으로 끝이 나던가? 욕심이라는 것을 경계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의 욕심에는 한도 끝도 없다는 데 있다.

부자가 될수록 욕심이 늘어난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
일은 내 몫이 더 많아 보이고 먹을 것은 남의 것이 커 보인다.
아홉 가진 놈이 하나 가진 놈 부러워한다.
만사가 욕심대로라면 하늘에다 집도 지겠다.

속담이란 예로부터 내려오는 삶의 지혜이다. 이와 같은 속담이 바로 사람의 욕심에는 그 끝이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그 욕심의 말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욕심이 눈을 가린다.
욕심이 사람 죽인다.
허욕이 패가(敗家)라.
달아나는 사슴을 보고 얻은 토끼를 잃는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산돼지를 잡으려다가 집돼지까지 잃는다.

이렇게 눈이 멀고 싶고, 망하고 싶고, 뭐든지 잃고 싶으면 욕심을 부려라. 욕심이 있으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찌 깨닫지 못하는가? 시합에서의 불안과 긴장, 초조, 두려움 따위의 부정적 정서는 모두 이러한 고통에서 비롯된다. 채우고 싶으나 채워지지 않는 고통!! 그것은 감옥의 죄수가 자유를 박탈당하는 속박의 고통과 다를 바 없다. 그 속박에는 바로 오욕(五慾)을 채우지 못한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옥죄고 싶은가? ‘야망과 욕심에는 죽음밖에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잊지 마라.

그대가 시합을 하면서 마음의 고뇌가 끊이지 않는다면 욕심을 버려라. 골프를 때려치워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골프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면, 허구한 날 이런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면, 시합 하나하나 치를 때 마다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면,

마음의 욕심부터 버려라
마음의 찌꺼기가 하나 없이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 이렇게 내 마음을 정화시킬 수만 있다면 머지않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마음의 잡음은 사라지고 풀냄새 나는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고목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빛이 집착에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광명이 따로 없다. 이것이 바로 무소유의 행복이며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채워지는 행복인 것이다. 넘치는 행복감에 기쁨의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3라운드가 끝났다. 18홀을 마치고 들어오는 나의 학생 상만 이는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아 진짜, 잘 칠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숙소에 들어와 그토록 아쉬웠던 사연을 들어보았다.

“상만아! 그래 왜 그렇게 아쉬움이 많았어?”

“아∼ 전반 9홀은 정말 잘 됐어요. 4언더로 넘어갔거든요. 그런데 후반에서 보기 두 개, 더블보기 하나 이렇게 해서 다 까먹었어요.”

“왜 샷이 안 됐어? 퍼팅이 안 됐어?”

“그게 아니고요. 샷은 잘 됐어요.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가 나오는 거예요. 짜증나게”

“그래? 어떤 실수였는데?”

“5번홀인데요. 좀 긴 홀이에요. 그린 앞에 해저드도 있고 세컨샷이 좀 어려운 홀이에요. 원래는 안전하게 쳐야 하는데 티샷이 가운데로 잘 갔더라고요. 그래서 5번 아이언을 잡았죠. 해저드를 피하려면 그린 왼쪽으로 공략을 해야 하는데 해저드 뒤에 있는 핀을 바로 공략한 거예요. 그런데 살짝 밀리더니 물에 빠지잖아요. 그래서 드롭해서 보기 쳤죠 뭐.”

“그리고 다음은?”

“다음은 8번홀 롱홀이이에요. 이 홀은 왼쪽 도그렉(dog leg) 홀인데 좀 짧아요. 아이언으로도 투 온이 되거든요. 왼쪽으로 지르면 좀 더 짧게 남아 확실하게 버디를 할 수 있는 홀이에요. 아, 근데 그 홀 티샷하기 전에 선두 스코어가 토털 9언더라는 걸 알았어요. 제가 3언더라 좀 더 까면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욕심을 부렸죠. ‘이글까지 노려보자.’하고 말이죠. 그래서 왼쪽으로 질렀는데 아, 왼쪽으로 말리는 거예요. 그래서 OB가 났어요. 더블 쳤죠 뭐.”

“나머지 또 하나 보기는 마지막 홀에서 쳤겠네?”

“네. 마지막 홀에서요. 짜증이 확 밀려오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세컨샷을 치는데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준 거예요. 짜증나서 확 쳐버린 것도 있는데 그린 오버돼서 세컨 OB가 날 뻔했어요. 그래서 보기로 마무리 했죠.”

“아주 욕심 때문에 망했구나. 아주.”

“네 그런 거 같아요. 욕심을 부린 거 같아요.”

“상만아. 한번 따져 보자. 만약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어땠는지 말이야. 보기를 했던 5번홀은 어려우니까 파로만 넘어가고, 8번 롱홀은 네 말대로 안전하게 쳐도 아이언 투 온이 가능하다면 버디도 무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맞아요. 할 수 있어요.”

“그럼 버디로 넘어가고. 마지막 9번홀은 기분 좋게 버디하고 왔으니 짜증낼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역시 무난하게 파 이상은 할 수 있었을 거야. 그렇지 않겠어?”

“네, 그랬을 거예요.”

“그럼 후반에는 파를 할 수 있는 것을 두 개나 보기를 하고, 버디 할 것을 더블보기로 마무리 했으니, 적어도 토털 5언더 칠 것을 너의 욕심이 5언더를 다 날려버린 결과네? 어떻게 생각해?”

“아,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짜증나요. 충분히 가능한 스코어인데, 그 놈의 욕심 때문에”

구력이 10년이 다 되었음에도 상만이는 욕심 앞에 무너졌다. 그리고 선두와 12타 차이를 내고 상위권 진입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매 라운드 당 욕심으로 인해 3-5개의 스코어를 까먹는다면 시합이 4라운드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스코어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문제는 순간순간의 사소한 욕심이 게임의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선수들이 인지하지 못하는데 있다.

이렇게 욕심은 그것 자체로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위 예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흥분, 짜증과 같은 2차 손해로 이어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실로 그 욕심의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다. ‘좀 더 멀리, 좀 더 가까이’는 게임을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용승이는 국가대표 2년 경력의 엘리트 골프선수이다. 정규투어 경력도 있으나 투어카드 유지에 실패하고 재기를 갈망하는 나의 학생이다. 매번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에 골프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는 하지만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선수 중에 한 명이다.

어느 날엔가 대학선수권 대회에서의 일이다. 나는 경기를 끝내고 들어오는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18번홀 그린에 나가 있었다. 18번 마지막 홀은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는 파5홀로써 비교적 쉽게 플레이 되는 홀이다. 해저드를 넘겨 투 온도 가능하고 종종 이글을 기록하기도 하는 홀이다.

이 홀에서 용승이가 세컨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티샷이 약간 밀렸는지 페어웨이 오른쪽에서 연습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드로 세컨샷을 시도했는데 웬일인가? 터무니없이 짧아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해저드 앞에서 드롭 플레이를 하여 보기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용승이와 나는 숙소에서 마주 앉았다.

“아니 왜 거기서 물에 빠쳤어? 거리가 많이 남았어?”

“아, 아니요 거리는 충분했어요. 티샷이 약간 오른쪽으로 갔는데 약간 러프였어요. 핀이 그린 오른쪽 앞에 꽂혀 있었는데 세컨샷을 잘만 치면 붙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린 왼쪽 끝을 보고 약간 높게 페이드를 치면 그린 오른쪽으로 톡 떨어질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쳤는데, 잘못 맞아서 빠쳤어요.”

“그 상황에서 그렇게 치는 게 최상의 공략이라고 생각해?”

“그렇죠. 어려운 것도 아니고 충분히 가능하죠.”

“그런데 결과는 물에 빠졌잖아?”

“뭐 실수도 나오는 거죠.”

“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공략의 미스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공략의 미스는 아니죠. 그냥 실수에요.”

“용승아 선생님 생각은 이래. 일단 그 상황에서 쓰리 온 작전이 아니고 투 온을 시도한다면 일단 해저드를 넘기려는 생각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봐. 적어도 물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게 말이지. 그 다음에 온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세 번째 문제가 핀에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는 거지. 그런데 용승이는 한꺼번에 너무 완벽한 공략을 시도했던 거야. 물론 생각대로 된다면야 좋겠지만 골프가 어디 생각대로 되든가?
어쩌다 한 번 그런 기술 샷이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상황에 매번 기술 샷을 시도한다는 것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아. 용승아, 남 보기 좋은 어려운 샷을 구사하는 것 보다 항상 스코어를 까먹지 않는 공략이 더 현명한 생각이 아닐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할 수 있는 것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 상황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용승아 그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좋아. 그런데 매번 그렇게 완벽한 공략을 하려는 것은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고 쓸데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아. 매번 너의 성적을 생각해봐 만족스러운 경기가 얼마나 있는지?”

“......”

“선생님은 항상 버디를 하려는 공략보다 보기를 안 할 수 있는 공략이 더 좋은 스코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버디는 줍는 것이지 결코 잡아채는 것이 아니란다.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는 ‘공략은 수비적이되 샷은 공격적으로’ 어때? 이렇게 한 번 해보지 않을래?”

“아니에요. 그냥 실수에요 실수.”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용승이의 뒤통수를 냅다 한 대 쳐주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용승이 역시 무엇이 욕심이고 무엇이 욕심이 아닌지, 그리고 그 욕심의 대가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아직까지 제 마음을 통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훈련은 누구보다도 성실히 임하지만 왜 투어카드를 손에 쥐지 못하는지, 왜 만날 예선통과를 목표로 하는 시합을 해야만 하는지, 오늘도 내일도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만 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통찰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철 프로 프로필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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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골프, 마음의 게임 / 저자 이종철 / 도서출판 예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