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 자신의 비참한 모습과 무능력하게 볼 것 같은 주위 시선, 비교대상의 동료 등 두려움의 본질보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인생은 새로움이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마음을 비우자’는 말을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하자. 게임 안에서의 욕심이 아닌 게임 밖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골프선수는 골프를 통해 성공을 꿈꾼다. 골프를 하면서 그동안 투자한 돈이며 시간이며 노력, 이것을 생각하면 선수로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는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 역시 더욱 애가 타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반드시’라는 절대적인 신념을 생각해보자면 이것 또한 ‘집착’이며 ‘욕심’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필자는 비록 선수로서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프로가 되는 것에 사활을 걸었었다. 프로라도 입문해야지 떳떳하게 레슨이라도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주위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았으며, 그동안의 노고에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결코 골프를 때려치울 수 없었다. 골프 이것 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낮은 자존감 덕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고 나의 무능함에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쩌면 골프를 그만둘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골프에 질질 끌려가던 어느 날, 골프를 때려치우더라도 프로만큼은 입문하고 때려치우자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프로입문에 모든 것을 내던졌다. 그런데 이것이 더 큰 집착이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러한 집착이 바로 매 시합마다 ‘더 잘하려는 마음’을 한껏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프로테스트에 출전할 때면 더욱 애절한 마음이 되었고 정말 합격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애절한 마음은 스스로를 더욱 긴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골프, 점점 들어가는 나이,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 갔다. 실수라도 나올 때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로지 합격을 위한 스코어에만 집중되어 있었고 골프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테스트에 번번이 떨어졌다.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차안 운전대를 붙잡고 소리치며 절규했다.

“으으악∼∼!! 으으악∼∼!!”

진짜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문득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사고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리고 난 더욱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고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프로테스트에 응했다. 내 마음은 갈수록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삶의 두려움을 느낀 나는 먹고 살 일을 고민했다. 결혼도 해야 되고, 부모님도 부양해야 되고, 프로가 안 되면 도대체 뭐해먹고 살까? 실내연습장이라도 차릴까? 노가다라도 뛰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끝없는 고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래! 그렇게라도 살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부모님도 부양하고 그러면 되지 않겠느냐? 인생 뭐 있느냐? 어떻게든 살아만 갈 수 있다면 그렇게 살면 되지 않겠느냐? 비로소 나는 골프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집착을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난 머지않아 프로테스트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그대는 어떠한가? 골프만이 그대 인생의 전부인가? 꼭 성공해야 한다는 다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가? 굳은 각오, 결의에 찬 다짐, 말은 좋지만 이것조차 집착이며 욕심이라는 사실, 한 번쯤 의심해보길 바란다. 그대 마음 역시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렸다면 골프선수로서의 성공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라.

골프관련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영업을 할 수도 있다. 공부를 하여 선생도 할 수 있고 교수도 할 수 있다. 아니면 레슨이라도 해서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의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꼭 골프선수로서 성공해야지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현재 그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집착과 두려움을 한껏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여성참가자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너무나 많은 긴장을 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참가자였다. 무대 위로 올라온 참가자는 긴장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자기소개서부터 매끄럽지 못하였고 결국 무대를 망치고 말았다. 이에 한 심사위원은 하염없이 울고 있는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위로의 말을 전해준다.

심사위원 저는 마음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오늘 무대는 실력보다도 너무 많이 떨어서 못했기 때문에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 할 거 같아요. 포기하지 마시고… 나이가 23살이건 26살이건 30살이건 상관없어요. 아이돌 가수가 안 되면 어때요? 더 실력을 키워서 아티스트가 되면 되지. 그죠? 오늘은 불합격입니다.

이 참가자 역시 무대 자체가 긴장된 것이 아니다. 가수가 되지 못하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 불투명한 미래, 자신을 무능력하게 볼 것 같은 주위의 시선, 비교대상이 돼버린 동료들, 이것이 바로 그렇게도 사시나무 떨듯 흔들려야 했던 두려움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한다.

심사위원의 말대로 가수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무엇이 그렇게 문제인가? 음악이 좋고 노래가 좋다면 훌륭한 아티스트를 꿈꾸면 되지 않는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이 오디션 무대, ‘반드시 합격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가득히 차 있었던 것이었다. 이것 또한 내가 말하는 집착이요 욕심인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정말 음악 자체를 즐겼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이렇게 떨리는 무대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잔디위에서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신의 모습과 견주어 보라. ‘반드시 예선통과 해야 한다.’ ‘꼭 잘 쳐야 한다.’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 이렇게 ‘꼭’ ‘반드시’와 같은 절대적 신념을 마음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보라. 심사위원도 애처로워 다른 길을 제안 받는 처지가 오디션 속 남의 얘기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면 그대는 아직도 성장할 수는 여지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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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골프, 마음의 게임, 저자 이종철 / 도서출판 예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