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고수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며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

미스샷의 변명은 당신의 동료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본인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 -벤 호건-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서 실수나 잘못된 일이 일어났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해서 변명거리를 만듭니다. 바로 핑계입니다. 심리학에서 핑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핑계를 잘 대는 습성이 있고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환경 탓,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는 변명을 위해 감각적으로 또는 습관적으로 핑계를 대곤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처녀가 아이를 낳고도 할 말이 있다’ ‘여든에 죽어도 핑계에 죽는다’ 등등 핑계에 관한 많은 속담들이 이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정말 핑계를 잘 대는 민족인가 봅니다.

골프를 치면서도 우리의 민족성은 예외가 없습니다. 골프를 치면서 무슨 핑계든, 핑계 한 번 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필자도 한참 골프를 치면서 무수한 핑계를 갖다 대곤 하였습니다. 골프를 잘 몰랐을 때, 잘 몰랐으니까 그랬겠지만 여러분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한 번쯤 돌아봐야할 만한 중요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핑계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김사장님은 라운드를 한 번 할라치면 무슨 오만가지 이유가 그렇게 많은지 약간의 실수에도 이유 없는 샷이 없습니다. 한 번 들어볼까요? 운전을 오래 했더니, 어제 술을 한 잔 했더니, 채가 맘에 안 들어서, 아침부터 마누라가 들들 볶아대서, 캐디가 맘에 안 들어서, 장갑에 구멍이 나서, 뒤 팀이 너무 빨리 쫓아와서 앞 팀이 너무 느려서, 보는 사람이 많아서, 연습을 안 해서, 필드에 오랜만에 나왔더니, 스윙을 고치느라, 잔디가 없어서, 여기는 양잔디라, 공이 더러워서, 처음 치는 코스라, 레슨을 받았더니, 앞 팀에 여자가 보이면, 너무 이른 아침이라, 날씨가 더워서, 박 사장하고만 치면 등등. 핑계만 들어도 책 한 권은 나올 듯합니다.

도대체 이런 핑계를 왜 댈까요? 그 논리를 생각해 보자면 김 사장님은 위와 같은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실수 하나 없이 잘 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유가 없었다면 잘 칠 수 있었을까요? 뭐 정말 이유가 있어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핑계를 잘 대는 사람한테 ‘그런 핑계대지 마라!’고 한다면 오히려 기분 나빠하고 도둑이 제 발 저린 양 도리어 성화를 냅니다.

핑계를 대는 골퍼의 심리를 정리해보자면 ‘나는 원래 잘 치는데 오늘은 장갑이 구멍이 나서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실력 없는 골퍼로 생각하지 말고 잘 치는 것으로 알아 달라’ 뭐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좀 인정 좀 해달라는 간접표현입니다. 골프를 치다가 동반자한테 이런 핑계를 갖다 대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규명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생각을 한번 해보시죠. ‘핑계’라는 것은 상대가 없으면 할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봅니다. 그것이 진정 이유였는지 말입니다. 본인은 분명 어떤 것이 진실인지 잘 알 것입니다.

이리하여 핑계라는 것은 ‘무실력에 대한 변명’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변명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필자는 여기서 이 문제에 관해서 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핑계가 생활화 돼있다면 골프의 실력향상에 항상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즉 자신이 정작 개선해야하고 더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안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력향상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단한 고수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기고만장한 단계!’ 바로 이 헛 고수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핑계의 달인들입니다. 핑계의 고수라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네요. ‘다 안다’는 자기함정을 정당화시키려면 바로 이 핑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핑계로써 굳이 ‘안다’고 떼를 쓰는 것이죠.

이쯤에서 ‘핑계’에 반대말을 생각해봅니다. 핑계는 변명을 드는 것이므로 인정(認定), 시인(是認), 자인(自認) 뭐 이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진정한 고수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순순히 인정합니다. 고수는 구차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고수는 ‘실수’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압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태도가 갖춰진다면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본질적인 해답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쓸 것입니다. 아직도 여러분은 핑계를 대고 싶으신가요?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사진제공 : KPGA
이종철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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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골프, 생각이 스윙을 바꾼다 / 저자 이종철 / 도서출판 예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