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단기 4357년, 서기 2024년.

하얀 바탕에 7칸을 그려 넣고 요일을 표시하고 30일과 31일의 날을 써 넣었다. 칸 칸마다 작은 글씨로 음력이 함께하고 십이 간지 동물그림까지 표시 되어있다. 하다못해 상단엔 세금 내는 날까지 알려주고 있다.

24절기와 온갖 기념일, 명절과 휴일이 상세히 나와 있다. 달력 하나로 365일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역시 한의원 달력이라 어르신들 보기 좋게 큰 글씨로 상세하게 펼쳐 놓았다.

그런가 하면 대형 화보로 풍경사진과 멋진 모델들의 포즈로 눈길을 사로잡던 주류회사 달력이 있다. 깔끔하게 날짜 표기만 해주던 은행달력이 있었고 성서말씀과 성당순례로 가득 찬 가톨릭달력도 있다.

예전에 참 유용했던 달력으로 매일 한 장씩 뜯어내던 일력이 있었다. 금은방에서 받아왔던 그 일력은 얇아서 화장실 갈 때 사용하기 좋았다. 일찍 일어나는 할아버지가 늘 뜯으셔 그 기회를 놓치고 하루 더 빨리 뜯겨 나가기도 했다.

홍보용 달력도 많고 어린이 집, 유치원 원아들의 봄여름 가을 겨울 즐거웠던 모습을 담아 제작해 주는 탁상달력도 한 몫 한다. 디지털에 밀려 이젠 많이 퇴색된 달력이지만 탁상달력이며 핸드폰 다이어리로 그 모양을 바꾸었다.

연말이면 동그랗게 말아 전달되는 달력의 의미가 컸다. 달력 하나 손에 넣으면 왠지 한 해가 잘 풀릴 것 같고 든든한 한 해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가족과 친지들 경조사를 달력에 표시하며 꼭 기억해 주길 바라는 날엔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쳐 눈에 띄게 하고 기다리는 맛이 쏠쏠하였다.

농사꾼에겐 절기 따라 농사준비하고 도시인에겐 계절 따라 옷 갈아입으며 초복더위가 언제인지 된서리는 언제 내리는지 많은 걸 알려주었다. 이젠 연휴 날짜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며 여행계획을 짜고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내 나이 벌써 육십을 넘었고 결혼하지도 삼십 년을 훌쩍 넘어섰다. 새로 시작하는 출발점에 새 달력을 걸어주어야겠다. 온갖 것을 다 표현해준 솔직한 달력처럼 내 인생도 희로애락 속에 다시 시작이다. 보여주는 의미와 보이지 않는 의미를 새기며 2024년이 밝아온다.

새 달력을 끌어안고 첫 장을 넘기는 벅찬 감동으로 시작한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