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부부 맞당가?”

노점 장사아줌마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여행길에 노점에서 물건을 사는 길에 남편을 불러 세워 한 마디 해 준 것이 원인이다. “자기야! 카드 말고 현금 내 드려.” 그 한 마디가 파장을 일으킨다.

장사아줌마는 말하는 본새를 봐서는 연인 같은데 부부라니, 어찌 그리 예쁘게도 말하냐며 묻고 또 묻는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남편 팔짱까지 끼우며 “남편이 잘 해 주니까 그렇지요.” 한다.

애교덩어리에 그녀는 사근사근 말도 잘 한다. 상대가 기분 좋게 듣기 좋은 말들을 순발력 있게 들려준다. 남편은 덩달아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자랑스런 얼굴이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눈망울도 커다란 것이 호수에 빠질듯하다.

그런다고 그녀가 늘 기분 좋은 건 아니다. 체면과 대외적인 시선엔 민감한 편이고 혼자만이 터득한 삶의 지혜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집에서의 그녀는 다른 모습이다.

함께 힘들게 번 돈을 사업자금으로 날렸을 때도 괜찮았다. 나이 들며 한 집에 오래 머물면서 맞지 않은 생활습관이 문제였다. 돈도 필요 없고 아무 곳에나 벗어놓는 양말과 샤워 전에 벗어 놓은 속옷의 행방이 문제다. 분명히 세탁바구니에 넣어 달라 했는데 소리치다 안되면 쌍욕도 날아간다. 결코 이겨낼 수 없는 표독함과 명석함이 할 말을 잊게 한다.

그런 그녀에게도 세월이 지나고 큰 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와 보니 많이 변했다. 자식 둘은 제 갈 길 잘 챙겨 키워내 놓았으니 이젠 여유롭게 남편과 여행길에도 나선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연인들의 모습과 오래 살은 노부부(?)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랑스런 눈길은 제쳐두고라도 손을 잡고 웃는 얼굴로 마주보기가 쉽지 않은 노부부. 그녀는 행복의 마스크를 쓰고 여행길의 신선함을 즐기고 있는 게 맞다.

남편은 장거리 상관없이 안전운전해주고 그녀는 맛 집을 찾고 새로운 길을 찾아 핸드폰 속을 검색한다. 맛도 좋고 만나는 사람도 기쁘고 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오 메 오 메, 참으로 보기 좋소잉”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가 여행의 맛을 더해주니 사람 사는 맛이 깊다. 길을 떠나야 만날 수 있는 맛이로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