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그 남자는 목청이 크다.

키는 허리가 구부정할 정도로 크고 삼 세끼 밥을 다 챙겨먹고도 간식까지 먹건만 비썩 말랐다. 운동은 절대 안 하고 쉼 없이 말하기를 좋아한다. 궁금한 것도 많고 생각에 생각이 많아 부질없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지나가는 사람 불러 막걸리 한 잔 아니면 커피 한 잔 마시게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근황을 묻고 잘 된 일엔 함께 기뻐해주고 궂은 일엔 위로도 건넨다. 뉘 집에 숟가락이 몇 개며 농사일도 다 꿰고 있다.

부지런하여 손에 물 마를 틈이 없다. 농사 틈틈이 쓸고 닦고 정리하고 씻고 또 씻는다. 어찌나 깔끔한지 손에서 걸레를 놓지 않는다. 그 남자의 외출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다.

우선 차부터 살핀다. 차 겉면을 다시 걸레로 닦아 주고 마른 걸레질을 한다. 유리창도 한 번 문질러주고 안에는 궂은 날 대비하여 발판에 신문지 한 장씩 깔아준다. 닦은 수건은 빨아서 탁탁 털어 수건을 널어 놓고 나서야 차는 준비 끝이다.

다시 손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신을 신발을 고른다. 장소 따라 틀려지는 신발. 안경을 써야 할 지 선글라스를 써야 할 지를 가늠하고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다. 큰 키에 맞게 버버리 입기를 즐기며 체크무늬엔 단색을 입어주고 얼룩덜룩 아래위로 입는 것을 싫어한다. 배우자에게도 그 기준으로 옷을 골라준다.

가방도 이것저것 들어보고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외출준비 끝. 그렇게 출발하여 가는 길에 기분 좋으면 주변풍경과 유적지 등 건물과 땅에 대한 가이드를 해준다. 정중하며 깊이 있게 존댓말로 나긋나긋 들려주는 그 시간은 오히려 생경스럽다.

그의 목청은 커서 동네에선 그 집 동향을 그 목소리로 듣고 느낀다. 비밀스런 이야기도 길어지면 열띤 토론의 결과는 집 담장을 넘어간다. 꺼리 낄 것도 없고 당당하며 굽힘이 없는 자존감이다. 남의 집 자랑거리도 내 자랑거리요, 남의 집 근심도 내 근심처럼 걱정한다.

그의 자랑은 지나치고 근심은 짧다. 사람을 좋아하고 나누기는 곱이다.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즐긴다. 삶이 곧 즐거움이다.

그와 함께 사는 배우자는 고달프다. 고달픔 속에 사랑이 깃든 것은 자랑스러움이 같기 때문이다. 숨길 것도 없이 다 드러내놓고 깨끗하며 부지런한 부부는 같다. 말하는 대로 사는 그는 행복하다. 그의 부인도 행복하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