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먼 길 가야 하니 일찍 나서자고”

그래도 그렇게 일찍 나설 거라고 생각 못했다. 짐은 대충 챙겨 넣고 아침에 단장하고 챙길 것들이 많다. 간단히 들고 갈 손가방이며 핸드폰이며 세안 도구들. 새벽 5시에 비몽사몽 깨어 재촉하는 통에 챙겨놓은 짐만 달랑 들고 나섰다.

1시간여를 달려 휴게소 와서야 알았다. 삶의 제일 중요한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을 알았다. 그 외에 워치도 세안 도구와 손가방도 없이 화장 파우치 뿐이다.

늘 여행시작은 그랬다. 전날 하나하나 준비하는 건 내 혼자의 몫이고 회사 다닌다며 말로만 준비하라 한다. 본인 필요한 것만 나열하고 급한 성격인 동반자는 짐 챙기기 와는 거리가 멀다.

여행 짐은 전날 챙기며 낼 아침에 또 챙겨야 할 것들을 적어둔다. 그도 이제 차츰 귀찮아지고 움직이는 게 느려진 즈음이다. 대충 준비해두고 쉬엄쉬엄 하자고 여유부리다 사단이 난 게다.

돌아가자 하기엔 얼마나 달려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고 마음이 불편하다. 세면도구며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은 사면 그만이지만 좋은 풍경 사진 찍을 수도 없고 검색 할 수 없으니 안타까웁다. 연락 올 곳이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닷새나 비울 판인데 난감하다. 동행자는 쉬러 가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고 쾌재다.

나만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잃어버린 느낌을 모르리라. 눈으로만 담기엔 부족하여 인스타에 올리고 블로그 작성해 두면서 기록을 할 수 있어 좋은데 그러려면 사진도 내용도 필요하다. 메모지도 필요 없는 시대 핸드폰에 메모하고 저장하고 나중에 꺼내 볼 수 있는 편리한 핸드폰이 없으니 그야말로 갑갑하다. 낙이 없어지고 의미가 사라졌다.

동행자 핸드폰을 빌려 쓰려니 내 폰 이 아니고 화질도 떨어지고 메모기능도 없어 불편하다. 할 수 없이 문구점 들러 작은 수첩과 볼펜을 사고 아날로그로 적어본다. 언제부터 우리는 핸드폰의 노예(?)가 되였는지 모든 일의 완성은 핸드폰이 되었다.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통화기능은 기본이고 컴퓨터의 검색기능은 백과사전을 능가한다. 거기에 음악도 듣고 길도 안내해주고 은행업무까지 다 처리해준다. 그러니 보이피싱 피해도 핸드폰이 주범이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그립기도 하다.

좋은 일도 있다. 핸드폰에 내장 된 카드 덕에 내 돈은 한 푼도 안 썼다는 기쁜 소식!!!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