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어쩌자고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고개를 숙이며 한숨과 함께 뱉어내는 친구의 한탄이다. “난들 그러고 싶겠냐고? 나 혼자 백날 이해하고 참아준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싸워봐야 담벼락에 돌멩이 던지기니 어째야 하냐고……”

제일 큰 문제가 배우자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때까지는 그런대로 살만했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가정적이며 가족을 우선으로 챙겨주고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자식이 뭔지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가족의 의미도 사라졌다. 어릴 적 자식은 부모의 보살핌을 곧 잔소리로 받아주었으나 대학교 들어가면서 제 인생을 살겠노라 선언하면서 남편의 삶도 바뀌었다. 나도 내 삶을 찾겠노라 나선 것이다.

아니 기대치가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허망함으로 방황하는 것이려니 했다. 그것이 일년이 지나고 햇수를 거듭하니 이제 경제적 타격까지 오고 친구는 결국 생활전선으로 나서게 되었다.

한 집에서 각 방을 쓰고 딴 생활을 하며 이혼을 운운하고 정작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있다. 장성한 자식들은 부모 뜻대로 하라 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러자고 그토록 열심히 살았나 하는 자괴감에 친구는 더 무너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러기엔 세월이 빠른 것을.

그 유명한 철학자 푸쉬킨이 논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고. 결국은 내 마음이 문제인 것을 그 사람은 그냥 그대로 놓아주고 내 안의 천국을 만들라고 했다. 내 안에 천국이 만들어져야 그 사람을 부를 수 있지 지옥인데 누가 들어오려 하겠는가?

‘그건 간단해. 누굴 돌보고 챙기기 전에 너를 사랑하는 거야. 너는 네가 가진 것들을 나열해 봐. 너는 네가 갖고 있는 것을 숨긴 채 상대에게서 찾으려 하니 힘든 거지.’ ‘말은 쉽다. 알면서도 그게 어디 말처럼 쉽니?’ 그 말도 맞다. 다른 친구의 경우를 이야기 해 준다.

잘 나가던 남편 사업이 망해 식당일 하며 나중엔 남편이 췌장암으로 5년 간병하고 떠난 지 이제 삼 년. 왜 이러고 사는지 사는 게 똥바닥 이다 푸념하는 친구에게 한 마디 들려주었다. “너에겐 없지만 우린 끌어안고 사는 남편이 있어요. 그대는 지금 훨훨 친구들과 여행 다니고 잔소리하는 남편 없잖아. 이젠 천상의 천사날개로 훨훨 날아다니는데 무슨 소리야.”

“정말 그러네, 진작 가르쳐주지, 내가 천국이로구나!”

손바닥을 뒤집어보니 세상이 달리 보이고 마음 안에 천국을 들여놓았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