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은정 엄마. 낼 아침은 뭘 먹나?”

하룻밤 잔 손님에게 색다른 아침을 기대하며 묻는 말이다. 오랜만에 찾아 든 친구내외랑 하루하루 먹는 색다른 음식이 즐겁다. 손님이 요리사이니 더욱 기대된다.

아침 7시면 차려지는 아침밥상, 낮엔 시내 나가 별식 점심을 먹고 재래시장에서 오리 두 마리를 산다. 가마솥에 온갖 약재를 넣고 장작불을 땐다. 압력솥에 오리를 손질해 넣었다. 육수를 끓여 체에 걸러 준비해 둔 압력솥에 붓고 끓인다. 불에 올려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정확히 15분후에 불을 끄고 김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뚜껑 열어 오리고기를 건져내고 이번엔 불린 쌀과 삶은 녹두를 넣고 은행과 밤, 대추 한 줌씩 넣고 죽을 끓인다. 넓은 접시에 오리고기를 뜯어놓고 복부자주를 잔마다 채우고 올 여름 나기를 건배한다.

남편의 오랜 직장동료로 결혼 전부터이니 마누라보다 더 속속들이 잘 아는 오랜 지기다. 퇴직하고 처갓집을 리모델링 해 내려와 농촌인이 된 남편친구 덕을 본다. 친구네는 농촌 출신답게 이장인 오빠의 도움을 받으며 텃밭도 잘 가꾸고 온갖 야채들도 풍성하다.

두릅 농사도 짓고 텃밭엔 상추며 고추, 마늘, 오이, 수박, 참외, 옥수수, 온갖 꽃들도 틈새틈새 자리잡고 잘 자란다. 부지런한 부부 덕에 먹을 것이 넘쳐난다. 계절 따라 들로 산으로 더덕이며 고사리 약초며 먹거리 뜯으러 다니기도 한다. 오로지 먹는 즐거움이 노후 삶의 행복이다.

젊어서는 간편식이 좋더니 그 간편식이 비만과 당뇨와 고혈압에 기여한 덕에 이젠 한가롭게 제 철 음식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거름만으로 키워 밭에서 직접 수확한 야채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며 민감한 혈압과 당뇨수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씨 뿌린 대로 거두며 거둔 것들을 잘 섭취하며 건강을 챙긴다. 이웃과도 나누고 오랜만에 찾는 친구 돌아가는 길에 차 트렁크를 채우고도 뒷좌석까지 점령하는 먹거리 인심이 크다.

오늘도 내일도 무얼 먹고 어딜 갈 건지 의견이 분분하다. 지천이 약초이니 나물비빔밥 위에 도라지 꽃송이 올려 미각을 돋우고 직접 농사지어 짠 참기름 한 방울이 온 동네 퍼진다.

제일 기본적인 먹는 것이 삶의 즐거움으로 찾아온 것은 제철에 만나는 건강식이 여기 가득하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