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그녀는 속삭인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낭송에 함께 읊조려 본다.

선구자로서 고달픈 삶을 살아 낸 여인 버지니아 울프. 모두와 다르다는 것과 앞서 살아간다는 것. 관습을 탈피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여성이면서 남장을 하고 다니며 남편이 있었지만 충족되지 않는 삶에 감성이 더 뜨거운 여자. 마음과 몸이 하나 되여 움직인 같은 여자와의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삶을 비폐 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은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채 봄날 우즈강 속으로 잠겼다.

1900년대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고 ‘여성과 허구’을 기고하며 여성 문학의 영역을 ‘여성을 위한 직업록’으로 강연하였다. 여성과 전쟁의 관계를 성찰 한 ‘자기만의 방’도 출간했다. 그녀의 삶을 읊은 시를 들으며 또 생각에 잠긴다. “역사에서 여성은 대부분 익명이었다.”고 울프는 한탄했다.

우리나라에만 조선시대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 울프가 산 영국에도 남성우월주의로 여성인격은 없었다. 선구자들의 외침으로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누리고 산다. 그래도 아직 지구 한 켠에서는 여성할례며 히잡을 요구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에 사는 여자는 행복하다.

‘목마와 숙녀’을 들으며 시 속에 들어 있는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정말 무엇이 늙은 여류작가를 떠나게 하였는지 (1941년 3월 28일. 향년 59세)

의붓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버지니아 울프를 평생 성과 남성, 심지어 자신의 몸에 대해서까지 병적인 수치심과 혐오감을 지니게 된 원인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온전한 삶을 지탱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안녕, 친애하는 나의 유령”이라는 인사로 시작하는 일기는 울프에게 글쓰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 ‘나’을 글로 쓰고 읽으면서 삶을 풀어 나갔던 울프의 삶이 궁금해진다. 일기와 소설과 에세이를 넘나들던 버지니아 울프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도서관에 가야겠다. 그녀를 만나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런던의 거리도 산책 해 보아야겠다. 가을의 시작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