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감기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라 했는데, 어쩐 일인지 나아지는 기미도 없이 무기력하다. 그냥 몸 가는 대로 내맡겼더니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내 몸을 내가 알고 쓴다는 것이 무리수를 둔 결과이리라.

하루에 세 군데 모임을 가고도 다음날 쉬기는커녕 미사 다녀오고 옥상에 비닐하우스까지 만든다고 찬바람에 오르내리며 땀을 냈으니 탈이 난 게다. 으슬으슬 추운 것을 이겨내겠다고 헬스장에서 체력단련까지 했으니 불 난 몸뚱이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천장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더니 먹는 것도 없건만 속이 울렁거리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침대 아래로 다리를 내리려 해도 울컥울컥 가슴에서 치밀고 머리는 돌덩이처럼 무거운 것이 들 수가 없다.

열도 없는 것이 눈도 못 뜨고 어지러워 기예 병원에 실려 가보니 의사 선생님 말이 감기가 심해서 면역력 저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니 안정 취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른다.

연둣빛 시트에 누워 링거 팔뚝에 꽂아놓고 눈을 감는다.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 어지럼증에 더럭 겁이 난다. 감기쯤으로 그럴 리가 있나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하여 적혈구가 모자라나? 혈관이 막혔나? 뇌에 이상이 생겼나? 달팽이관이 바뀌었나? 갖가지 상상이 꼬리를 문다.

하긴 감기로 사망도 한다는데 그 지경에 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 불안감 속에서도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링거액 덕분인지 잠이 들었다. 고통스럽던 시간이 정지한 것이다. 잠이 보약이라던가 잠깐 든 잠이 어지럼증을 가라앉혀주었다.

한 보따리의 약을 챙겨 들고 집에 돌아와 생강모과차에 몸을 데우고 족욕도 하며 체온을 높여주고 약이 주는 나른함 속에 맡겨버린다. 자고 또 자고 전복죽에 홍삼 액을 챙겨 먹는다. 대상포진이 왔을 때도 덤덤히 의사에게 맡겼는데 감기에 이렇게 무너진 것이 화가 나기도 하고 자책감이 밀려든다.

이제 내 나이를 생각할 때가 온 것인가.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하더니 한 해 한 해 해 바뀜에 반응하는 몸뚱이가 정신까지 함몰시킨다. 세월을 앓고 있는 거라면 보조를 맞추어 주어야 할 것을 무리한 것인지 다시 되짚어봐야 할 때 인가 싶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겠다는 건 생각일 뿐 세월 앞에 두 손을 들고 항복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