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우리 집은요 대화가 없는 집 이예요.”

결혼을 앞둔 양가 부모와 가족들이 마주 앉은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나온 첫 마디다. 자리를 정돈하고 서로의 소개를 마치고 나니 적막강산이다. 그 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안사돈이 던진 첫 마디!

상견례 자리에 나가기 전 딸아이가 당부를 했다. 절대 엄마가 먼저 나서지 마시라고. 그래서 사위더러 사회도 보라 하였건만 사위도 소개 마치고 나니 쭈뼛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서로 실랑이 하였던 예단은 사돈에 팔촌이라더니 다 해야 한다 하여 명단을 가져오라 나도 목록을 쫘악 써서 보내마 하며 딸아이와 장래 사위는 분주히 오가며 전달하였다. 결국은 똑같이 하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종결시켰다.

처신을 어찌해야 하나 어려운 자리다 보니 서로 탐색전이다. 이미 예단이며 폐백은 말을 끝낸 상태이고 집 문제도 마무리 지어진 일이다. 달리 의논할 일은 없다. 그저 나온 음식 먹고 즐겨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 어색함을 무마시켜보려 시도한 안사돈의 배려였다. 서로를 견제하며 주고받는 말속에서 생활이 보인다. 순수하며 소녀같기만한 안사돈에 비해 가부장적인 바깥사돈은 명예를 중시 여기는 듯 하다. 함께 나온 시누부부도 편안한 모습이 까다롭진 않을 것 같다.

연이어 안사돈은 남편을 투박 준다고 하는 말씀이 “우리 바깥 분이 센스가 빤스여라우”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 네 센스가 빤스요. 다정한데요, 빤스” 딸아이가 눈치를 준다. 시누자리는 안절부절이다.

딸아이를 보내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 하나하나 체크하며 앞으로 어떻게 딸아이가 처신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하긴 실전에 부딪치면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고향도 다르고 학력도 다르며 살아 온 인생길이 서로 다른데 어찌 합이 딱 맞을손가.

서로를 탐색하며 섣불리 말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 보는 자리. 숨 막히는 긴장에 진땀이 난다. 신랑네는 아들이라고 힘을 주고 딸 가진 부모는 또 딸이라서 조심스러워 하던 풍조는 사라졌다 해도 어찌되었든 서로 힘겨루기다. 아니 탐색전이다.

이 어색함을 깨고 허물없이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단계만큼 왔다는 것에 감사하며 아이들의 새 출발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