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잘 해주려고 하는데 왜?”

원치 않는 건 오히려 해가 아닐까? 무엇이 옳을까? 두 갈래의 길에서 마음을 되짚어본다. 그런 내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내가 마음먹기 달린 것을 뉘한테 하소연하는가.

사단의 시작은 이렇다. 수납공간활용을 못한다고 내 부엌살림을 뒤집었다. 정리 되여 있는 곳에 또 다른 물건을 찔러 넣으면 포화상태가 되여 기능을 잃는다는 것이다. 난들 그러고 싶은가? 손 닿는 곳에 편리하자고 우선 넣어둔 것이고, 곧 써버릴 것이니 굳이 다른 곳을 찾아 넣는 번거로움을 줄였을 뿐이다.

안 쓰는 물건 자주 쓰지 않는 것은 손이 닿지 않는 빈 공간에 넣어두라 하는데, 키가 작아 의자 놓고 올라서야 하니 넘어질까 두렵기도 하고 편안치 않아 그냥 비워뒀다. 그러려면 버리라는데 살림이란 것이 버리고 나면 또 아쉬운 것이고 어지간하면 쟁여놓고 써야 하는 물건도 있다. 일 년이면 한두 번 큰일 때만 쓰는 그릇이나 잡기들을 버리자니 또 필요하여 둔다.

그저 깨끗하고 깔끔하니 흠 없기만 바라는 정리정돈. 나도 단촐 하게 살고 싶다. 그렇지만 우린 대식구다. 칠십 노인부터 네 살 손녀까지 입성이 다양하다. 먹고픈 것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기구도 필요하다. 그렇게 구입한 것들을 다 늘어놓고 살기엔 공간이 좁다. 그러니 여기저기 쑤셔(?) 넣고 사용한다.

시어미와 며느리는 살림에 대해선 암묵적으로 참견도 참여도 안 한다. 초기에 두 번 설거지 하고 미안한 마음에 그 뒤론 절대 손대지 않는다. 그런데 딸년이 정리정돈 해준다고 뒤집어 놓는다. 그 뜻이야 좋고 편리한데 한동안 또 물건 찾아 헤 메는 게 싫다. 제 엄마 늙는 줄은 모르고 정리정돈이 한창인 딸이 부럽다.

살다 보니 살림이 쌓이면서 흐트러질 때마다 집안을 뒤집는다. 자리를 바꾼 가구들로 기분을 새롭게 할 때는 좋더니 내 살림을 손대니 싫다. 차라리 없는 날 할 것이지 했더니 엄마살림이니 물어봐야 한다고 하니 꼼짝없이 서서 감시 아닌 수난(?)을 당했다.

마음은 널뛰기를 한다. 그래, 이거야. 아니지 저건 내가 자주 쓰는데 하면서 서서히 울화가 치밀어 올라 그 자리를 나왔다. 나와 걸으며 생각해보니 화 낼 일도 아니건만 제 어미 힘들다고 정리해준다는데 왜 이러나 싶다.

하루에도 열두 번 천국과 지옥이 마음 안에서 소용돌이친다. 조금만 벗어나면 편안할 터인데 마음 다스리기가 제일 어렵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