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보고 듣고 누려라.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제는 여유롭던 것이 오늘은 빠르게 변한다. 눈에 보이는 세상과 체험하며 즐기기에 바쁘다. 이렇게 해도 하루가 가고 저렇게 해도 하루 해가 간다.

파업으로 지하철은 지옥철이 되고 여기저기서 밀리면서 함성이 터지는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 방송한다. ‘바쁘신 고객님께서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십시오’라고 친절하게 방송해주는데 전철 안은 아비규환. 너무 힘들어서 한 정거장만에 내렸다.

정말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보려 버스를 클릭하니 돌고 돌아 곱의 시간이 걸리니 이 또한 어느 세월에 갈지 답답한 노릇. 다시 다음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만에 내린다. 사람들이 뿜어내는 냄새와 몸과 몸이 부딪치는 불쾌감으로 내리고 또 타고 그렇게 쉬엄쉬엄 간다.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권리를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소리쳐봐야 소 귀에 경읽기다. 나의 권리 찾음이 먼저이다 보니 배려가 있겠는가? 자기만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 나 역시 불편함을 주는 그들을 이해하기보다 원망의 화살을 쏜다.

그런가 하면 오전시간엔 잔잔한 선율이 흐르면서 한가롭게 화려한 색채 앞에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화가의 붓끝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이 있어 그 의미를 찾아 수영한다. 굵은가 하면 가늘어지고 넓은가 하면 좁아지고 선과 점이 흩뿌려지면서 화가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마음은 어느새 화폭 속에서 춤을 춘다. 인간군상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에도 화가의 붓끝은 섬세하게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다른 세상이 그곳에 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느낀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주며 그 아름다움에 현혹되고 감탄한다.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기다려주며 마음을 열 시간도 무한대다. 알 수 없는 색감을 뚫어져라 살피고 알 수 없는 추상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

오늘도 나에겐 몸으로 부대낀 치열한 삶의 현장도 있고, 고요함 속에 정적으로 와 닿는 세상이 다르게 찾아왔다. 그걸 느끼는 건 오롯이 내 몫이 된다.

‘이상하지,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고 최승자 시인이 읊조린 시 구절이 맴돈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