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올해는 조금 늦은 김장을 했습니다. 오랜 세월 엄마의 김치 맛에 길이 든 아이들은 아무리 바빠도 김치는 함께 만들어 먹어야 한다며, 서로의 일정에 맞춰 정하다 보니 성탄절에 김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장과 함께 성탄절 파티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올해는 가족이 더 늘어 김치 포기 수도 늘렸습니다. 아들과 딸 집에 보낼 것과, 서울 사돈댁에 맛보라고 보내드릴 것과, 주변에 조금씩 나누어 먹을 것을 담다 보니 마음이 풍성해 지는 것이 마음 부자가 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딸과 사위가 김장하는 비법을 전수 받겠다며 김치의 재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메모도 합니다. 맛있는 김치는 좋은 재료가 우선 이어야 하고, 담그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올해는 어느 해 보다 아이들의 커다란 웃음이 김장 김치에 듬뿍 들어간 것 같아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기왕에 늦었으니 실컷 나누어 먹자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나누어 줄 사람들의 양을 챙깁니다.
이렇게 나누어 주다 보면  남는 게 뭐 있겠냐면서도, 맛있는 음식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라는 말에 의견 일치가 되었습니다.

김장하는 날은 수육 또한 빠질 수 없는 단골 손님입니다. 잘 삶아진 수육에 각자의 취향대로 주류를 정하다 보니 재미있는 상차림이 됩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딸들이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술은 무엇보다 담아 내는 잔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며, 제법 멋진 잔을 사 들고 온 딸 덕분에 근사한 한 상 차림이 완성 되어 저녁이 풍성해집니다.

우리는 지난 일 년간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새롭게 가족이 된 새내기 며느리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줍니다.
오랜만에 흰 눈이 내리는 성탄절 전야를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늦게까지 긴 파티가 이어졌습니다.

2023년 올해도 무탈하게 잘 지내준 아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분주한 와중에도 또 한걸음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자신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봅니다. 함께 삶을 버무려 준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사를 전해 봅니다.

올해는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아 특별히 소중한 한 해였습니다. 살아온 시간 중 가장 바쁘고 복잡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해 볼 수 있었고,  해 낼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김장 김치가 익어갈 즈음, 다시 새로운 꿈을 추가하며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며 맛있는 하루를 마무리 해 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