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간절함은 은밀하게 이루어 지는 것인가 보다. 왜 그리 간절하게 자작나무 숲을 걷고 싶었던 것일까? 자작나무 얘기만 들으면 세포가 움찔거리던 이유를 나도 모른 채 언제부턴가 자작나무는 내게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었다.

우연처럼 필연처럼 어느날 자작나무를 만났다. 그래서인지 코스를 시작하는 지점부터 묘한 흥분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새하얀 피부색을 지닌 옷 벗은 여인 같기도 하고, 신비롭고 낭만스럽기 까지 한 자작나무 숲길을 드디어 혼자 걸어본다. 하늘을 보다가 걷고 쉬며 생각 없이 또 걸어간다.

천천히 은밀하게 주문을 외우면서  초록의 숲이 전해 주는 위로에 거대한 이 날을 홀로 즐긴다.
왠지 호사하는 것 같은 날, 끝 여름의 오후가 민낯으로 다가오고 바람이 쳐놓은 그물 놀이를 즐긴다.

다정한 새들의 노래에 춤도 추면서 기웃거리는 하늘에게 웃음 한 점 내주다 보니 나무가  말을 걸어온다.
어느새 나도 나무에게 등 한 점 내어주며 그 사연을 들어준다.  사람들은 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을 따라 시간은 통로를 만들어 순간으로, 영원으로 그 무언가를 찾아 오르내리면서 반복되는 인생의 희망.

나무와 숨바꼭질 하듯 생의 의미를 찾고 싶은 열망이 치유의 능력을 가진 나무와의 대화에 행복해 한다.
다시 먼 길을 가야 하는 삶에 은밀하게 이루어진 오늘의 간절함을 마음에 담아둔다.

여행이란 것은 여럿이여도 홀로여도 좋다는 것,  지금의 나이가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중년이라는 삶을 활짝 열어놓고 온 마음 다해 여행을 즐기는 낭만을 나의삶에 채워넣기로 한다.

해결되지 않는 많은 일들 앞에서 고민을 지우는 일탈이라고 해도 좋다. 정답은 없으나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길을 내려온다. 홀로여도 누릴 수  있는 배짱 두둑한 오늘 같은 날에는 나만을 위한 고급스러운 식당을 찾아가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