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저녁에 무슨 밥을 먹고 싶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알아서 준비해 주시는 대로 맛있게 먹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김치볶음밥 어떠냐고 물으니 좋다고 끄덕입니다. 8월이지만 중순이 되니 날씨도 제법 선선해져서 걸어서 시장을 다녀오기에도 적당히 바람도 불어줍니다.

이것저것 진열대를 보다가 저녁 메뉴는 카레라이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레에 필요한 재료를 사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준비해 상을 차려주니 ‘저녁이 김치볶음밥이 아니고 카레인가요?’ 라며 아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아들아 카레는 다양한 식감과 여러가지 영양소의 재료가 들어가고 맛 또한 특별한 향을 지니고 있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이란다.’ 했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던 아들이 ‘어머니 그러면 저녁메뉴를 뭘 먹고 싶은지 왜 물어보신 거죠?’ 합니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습니다.

내가 먼저 뭘 먹고 싶은지 물었고 아들은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아들이 먹고 싶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지 않고 내 생각대로 카레볶음밥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저녁상 앞에서 아들은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을 합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유년 시기에 너무 많이 먹었던 기억 때문이라고 하네요. 늘 바빴던 엄마가 주로 해 주었던 음식이 카레였고 사실 엄마의 요리는 실력보다는 사랑이 더 많이 들어간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의 요리 실력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미안해지는 마음에 아들은 웃음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줍니다. 잠시 나갔다 온 아들의 손에는 꽃 한송이가 들려 있습니다. 여름 밤 아들과의 대화가 참 맛있게 익어갑니다.

조금 더 침착하고 잘 해내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며 생각합니다.
''아들아 다음에는 좋아하는 요리를 정확하게 해줄께...''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