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오래전부터 딸이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했는데 나는 늘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딸은 늦은 밤 잠이 들기 전까지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의 동영상을 가족 대화방에 공유해 놓고는 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곤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공처럼 튀어 오르는 날이 있었습니다. 딸의 손을 잡고 무작정 반려견을 데려왔습니다. 600g의 작고 사랑스러운 아기 강아지가 가족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도 같습니다. 강아지 털이 크림색이어서 이름을 설탕이라고 지어주었는데, 말캉하고 작은 녀석 하나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피워놓습니다.

휴지며 양말이며 눈에 보이는 것은 심지어 누나의 결혼식 청첩장 박스까지 모조리 물어뜯는 고약한 녀석입니다. 그런데도 그 작은 생명체가 주는 웃음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면 환영하는 설탕이의 인사가 복도까지 들리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달려와 빙글거리며 떠는 재롱이 이만저만 사랑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안 보면 '요 녀석이 무슨 말썽을 피우고 있을까' 궁금증을 만들어주는 아이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 설탕이를 데리고 경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가는 길 수많은 웃음을 선물해 주는 반려견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집니다.

가족의 웃음이 만들어지는 대화에는 늘 주인공처럼 있는 설탕이. 반려견과 함께 살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 신비로운 날들입니다.

어린 시절 친구처럼 함께 살던 '메리'라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나의 생활에는 메리가 있었는데 학교 갈 때면 늘 동네 어귀까지 마중을 해 주었고 집에 올 때도 어김없이 마중을 나와 주었는데 어느 날 학교에 다녀와 보니 메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시골 농가를 뛰어다니다가 무언가를 잘못 먹었는지 너무 힘든 표정으로 있던 메리의 충격적인 모습에서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또 반려견과 함께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많은 것을 알아듣는 설탕이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얼굴에 까만 콩 세 개가 앉아있는 듯한 사랑스런 모습의 반려견과 잘 살아내는 좋은날들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일은 정서적으로도 따뜻해짐을 알게됩니다. 가족의 안부를 더 물어보게 되고 주말에 가족 모임도 반려견을 통해 채워지는 날도 많습니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바닷가에 가서 마음껏 바람을 달리게 해줘야겠습니다. 동물치유 또한 힐링의 이유가 되니까요.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