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좁은 골목길에서 자꾸만 진로를 방해하는 트럭이 있습니다. 빨리 좀 가주면 좋겠는데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느리게 느리게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스멀스멀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면서 한마디 해야지 하고 있는데 하필이면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트럭에서 내리는 분의 등에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나이도 제법 많이 들어 보이는데 택배 일을 하는 게 처음인지 왠지 그의 행동이 많이 서툴러 보입니다.

가장의 무게가 그의 등을 타고 흐르는 땀에 배인 옷에서 머물러 있는 듯 무거워 보였습니다. 무엇인가 주고 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차 안을 살펴보았더니 어디선가 받아놓은 피로 회복제가 눈에 띄네요.

나도 모르게 그에게 건네주며 ‘힘내세요’ 했더니 한사코 손사래를 저으며 괜찮다고 거절합니다. 마침 우리 집으로 온 택배도 보이기에 부담갖지 마시고 드시면 좋겠다고 억지로 주머니에 넣어주었습니다.

가장의 자리는 가장 자리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은 무거운 자리 이기에 가장이 되면 얼굴도 못생겨 진다면서 산다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에 많은 위로를 해달라고 했던 어느 가장의 말이 떠오르는 저녁이었습니다.

단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우리들의 인생은 여러 번 이름표를 바꿔가며 살아내야 합니다. 한 생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위로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백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지금의 세대는 가장의 시간이 지나면 자녀들이 떠난 나머지 시간을 다시 또 살아내야 하는 책임감과 황혼의 시간을 살아야 하는 두 번째 책임의 시간이 옵니다.

인생 사용 설명서를 한 번 더 만들어야 하고 건강을 체크하며 해야 할 일을 만들어야 하고 멋지게 인생의 브라보를 외치며 자신을 위로 하고 챙겨야 하는 셀프 인생을 잘 살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브라보 마이라이프’ 처럼 중년의 성장기를 잘 살아내야 하겠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가장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조금만이라도 가지고 살면 좋겠습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