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스무살에 처음 들어갔던 대학은 설렘이었고 또래 아이들의  합창소리에 매미소리가 섞여 합창은 더욱 즐거운 여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멋진 유치원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꿈에 부푼 즐거운 날들이었는데 예견하지 못한 사정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채 중퇴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해 여름이 살면서 가장 길었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꿈꾸던 대학 생활과 바꾼 세월이 세 아이의 엄마였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학을 다시 입학해 3학년까지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어느날 시험공부를 마치고 늦은 귀가를 하던  날 딸아이는 40도가 넘는 고열에 심하게 앓고 있었고 '이렇게 아프면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야지 왜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엄마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으로 와야 하니 참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열 두 살 딸의 울음 섞인 말에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어찌하지 못한 채 며칠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교과서와 공부하던 것들을 전부 다 갖다 버리고 나서야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마라는 자리는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공부에 대한 마음을 접고 살았습니다. '엄마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학위까지 따면 정말 좋겠다'면서 거센 응원을 쉼 없이 해 준 아들과 인생 친구 덕분에 어느 날 대학 졸업장을 지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중독이 되는 것인지 다시 또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올해  대학의 문을 열었습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 위에 어마어마하게 산적한 일들이 시간을 흩어버리는 올 상반기의 시간 속에 중간고사의 점수가 모두가 C가 나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네 과목 모두가 또렷한 표기로 눈에 들어오는 낮은 학점을 보면서 나는 책상 위 달력에 커다란 글씨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써 놓았습니다. 나름의 신호 같은 것이기도 하고 2학기는 집중하고 싶은 열망이기도 한데, 유년의 시간에 엄마에게 크게 외쳤던 샤워팅 같은 그런 말이 이제는 나와의 약속으로 그렇게 적어봅니다.

2학기에는 열심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