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새벽 5시 요란한 알람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신음 소리에 가까울 만큼 힘들어 보이는 아들이 아침을 열기 시작합니다. 스물아홉 살 어느새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 이렇듯 길게 이어져 한 편의 영화처럼 엄마의 마음을 흔듭니다.

유년시절부터 중학교 16살이 되기까지 온전히 꼴찌만 하던 아들이었습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두 개를 잃어버리는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대해서 알려줄 때는 눈을 반짝이며 이해를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들과의 생생한  기억들이 참 많은 이야기로 남아있습니다.

엄마가 몸살이라도 걸리면 조그만 어린애가 밤새 잠도 안 자고 물수건을 올려주며 엄마가 괜찮아질 때까지 곁을 지켜주었고 아들이 표현하는 말들은 무척이나 곱고 따스했습니다.

공부에는 흥미도, 관심도 없는 아들에게 엄마가 해 준 일은 ‘사랑해’라는 말을 날마다 들려주는 일이었고 내 엄마가 나에게 평생 해 주셨던 것처럼 나도 아들을 날마다 안아 주었습니다. 하늘이 맡겨 준 소중한 아이 임을 날마다 이야기 해 주고  ''너는 온전하고 멋진 삶을 살아낼 주인공''이라는 것을 마음에 심어주었습니다.

학교 성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사랑스러웠던 아들은 중학교를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빛나는 아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것으로 출발해 2천 권이 넘는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세상의 많은 경험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용기를 채워주며 '잘 해낼 멋진 젊은'이라는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올해로 스물아홉 살인 아들은 자신의 시간 중에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에서 인생을 함께 할 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도 참 행복했습니다.

나의 기억에 시어머니는 넘을 수 없는 강처럼이나 어렵고 불편했던 존재였습니다. 땅 끝 해남에서 몇 십 년을 살아오신  시어머니가 가진 문화는 그런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좋은 시어머니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내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나도 마음으로 사랑하려 연습 중입니다. 사랑도 준비가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아들과 예비 며느리의 시간을 축복하며 좋은 시어머니가 되려합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