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한해의 끝자락으로 가다 보니 사람의 인연에 대하여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인연이 되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멀어져간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온 마음을 다 줄 것처럼 그렇게 살갑게 굴다가 멀어져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은 늘 옆자리에 있는 고마운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관계를 정의한 말이 ‘불가근불가원’이라는 말이 참 와 닿기도 합니다.

도종환 시인은 ‘인연’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 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아름답던 시절은 짧고/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아...떠돌던 마음이 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인연의 꽃을 피운다고 하네요.

우리가 살아가는 생의 이면에는 정말 눈물겨운 슬픔도 많고 어렵고 불편한 일들도 참으로 많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것이 사람의 인연입니다. ‘괜찮아...’라고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관계를 확장시켜 주기도 합니다.

어떤 이가 베풀었던 선행이 때로는 어떤이에게는 오해가 되기도 하여 사람의 관계를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사람은 위태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먼저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이유입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이 옆에서 거드는 이들의 마음 온도입니다. 누군가를 향해 일방적인 편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온도로 바라보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사람의 인연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만났던 인연들이 모두가 좋을 수는 없겠으나 지금부터의 사람인연은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어 갈 수가 있습니다. 사람의 언어를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가끔 표현하는 일이 서툰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감정으로 먼저 들을 수가 있기 때문이고 내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 있을 때 어쩌면 오류의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인연 또한 하늘이 주신 고운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풀씨 하나로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된 귀한 인연들을 지켜내는 것이 삶의 힘이니까요.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