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나이 쉰이 넘으면 친구가 제일 좋다. 거리낌 없어 좋고 수다에 육하원칙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 좋다. 1년에 한 번쯤은 해외는 아니어도 제주 섬이라도 다녀오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언제나 여행지를 정하는 것도 코스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모두가 늘 내 차지다. 잘해서 시키는 것이라며 혼자 자조를 한다. 예전에는 빨간색 지붕이 시원하게 열리는 차를 타고 싶었다. 마치 델마와 루이스처럼 바람의 언덕을 빨간 머플러를 휘날리며 달려보고 싶었다. 지붕이 열리는 차를 렌트한다고 했더니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뜻밖이었다.

쉰이 넘으면 뚜껑 없는 차는 절대 위험이라는 친구와 타보고 싶지만 이번 여행 말고 다음에 타보자는 친구...
그래 어떤 차를 타는 것보다 너희들과의 여행이 나는 좋다. 온통 피곤으로 가득한 여자 셋, 하루의 일정을 세우고 출발했는데 렌터카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렌터카 회사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2시간도 넘어서야 차를 바꾸어 주었다. 어차피 여행이니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즐겁다는 친구들과 갈대도 만나고 웨팅드레스를 입고 사진도 찍어보는 카페를 방문해 드레스 안에 살을 정리해 넣어야 하는 우리는 웃음꽃이 터진다.

숨 고르기처럼 던지는 친구의 한 마디. 쉰하나에 만난 친구끼리  이렇게 이쁜 시간 보내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십 대의 시간은 왜 그리도 너덜거렸을까? 여행지에서의 여자들의 단골 메뉴인 남편과 시댁의 관계대명사는 빠질 수 없는 인생 휘파람이 된다.

재래시장에서 똑같은 잠옷도 사고 먹거리를 사서 조금 일찍 숙소에 들어온 이유는 편안하게 저녁을 먹으며 잘 쉬어보자는 아름다운 계획이었는데, 늘 계획은 오차가 따라다닌다. 선잠을 자보자던 여자들 셋은 아침까지 긴 잠을 자고야 말았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컬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