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일흔 살도 채 되기 전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난 큰 오빠의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기절할 만큼이나 서럽고 아프게 우는 언니... 어찌 그리도 큰소리로 우는지...언니와 오빠는 유년의 시간을 함께 하며 공유한 것이 많아서인지 특별한 남매의 정이 담긴 것처럼 정말로 깊고 슬픈 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세상에 나왔을 때 큰 오빠는 이미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고 있었고 한 집에 살았던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스물다섯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났었기에 나에게 큰 오빠는 아버지의 닮은꼴 같기도 했습니다.

마치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오빠에게 수의를 입혀주었습니다. 마지막 애도를 모아 이별의 의식을 치르는 것을 보며 한 사람의 온 생이 기억으로만 오롯이 들어간다는 것이 남은 이들에게는 그리움이 된다는 것과, 다시 마주하지 못하는 영원한 이별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빠를 보내며 나도 나의 유서를 써 보았습니다.

이 땅에 내 이름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한 삶이었습니다. 좋은 인연의 부모에게서 시작된 나는 무한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고 행복한 삶을 잘 채우다 가는 사람입니다.

살아오던 시간 중에 불편함이 길게 이어진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은 삶에서 배운 경험이었고,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창조적인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불편함의 시간에서 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고 글은 나에게 희망이라는 선물을 무한하게 안겨주었습니다. 나에게 보내 준 생의 신호는 기쁨이었습니다. 나의 온 생에는 웃음이 참으로 많이 채워져 있습니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신 그 분께 깊은 감사를 드려봅니다.

내가 사랑했던 맨드라미꽃에게도, 흉내 낼 수 없는 향을 나에게 가득 채워준 커피 향에도, 나에게 쉼을 채워준 나의 흔들 의자에게도, 봄.여름.가을.겨울을 사랑하게 했던 자연에도, 부족함 많았던 엄마를 사랑해 준 나의 복덩어리들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나의 이름에 친구라는 이름표를 달아 준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알게 해 준 ‘옳고바른마음’ 마법의 문장에게 나의 주머니에서 늘 들썩거려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행복한 소풍을 잘 머물다 갑니다. 안녕

우리는 계수할 수도 없는 인생을 잘 살아낼 일입니다. 오늘도 나의 삶에 프로포즈를 전해 봅니다. 잘 해 왔고 더 잘 해낼 나를 응원하며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하렵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