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분주하다는 이유로 미루어 둔 빨래통을 보다가 검은색, 흰색 여러 가지의 색이 서로 뒤엉켜 서로의 냄새가 부담스러운 풍경과 버려야 할 상황에 놓인 옷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몸과 사랑하는 아이들 몸을 보호해 주었던 옷들에게 미안함이 커지면서, 살림을 30년이 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이렇게 서툴고 잘하지 못하는지 한편으로는 속이 상합니다..

조금 더 살림을 잘하는 주부였더라면 이러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온 집안을 둘러보니 치워야 할 것들과 정리 정돈을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집안 곳곳에 마치 가족처럼 눌러앉아 포즈를 취하고, 아이들이 벌쭉 웃고 있는 사진 위에도 주인공인 듯이 자리를 잡은 먼지가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주부로써 분주하게 청소를 해야 하는 타이밍 같은데 아무것도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 나를 보며 토닥토닥 속상하지 말자며 나를 위로해 봅니다. 서툰일들을 지나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칭찬을 버무려 거울 앞에서 웃음을 지어봅니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지금부터 조금 더 잘하면 되지 뭐... 지금 껏 열심히 했던 일에서 더 잘하려는 것보다는 천천히 마음편하게 하면 된다는 자족의 마음이 걸어 나오는 나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천일 동안 마음일기를 써보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써본 마음 이야기가 “이쁘고 소중한 나로 살아가기”입니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나이고 그런 나를 오랜 시간동안 잘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무엇보다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 나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천일 동안 나의 마음 이야기를 써 보겠다는 선언을 주변에게 했더니 함께 하면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혼자서 가는 것은 느리고 힘들 수 있지만 누군가 함께 길을 간다면 행복한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천일동안 시간 동무가 되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동무들이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나의 동무들이 사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어떤 일을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천 일 동안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