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일주일 전 반려견을 산책 시키려고 아파트 정문을 나서는데 동년배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났던 기억이 없는 사람인데 활짝 웃으며 어디를 가느냐고 묻습니다. 얼떨결에 공원에 산책하러 간다고 했더니 그러면 함께 가자며 앞장을 섭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떤 답을 해야 할 몰라 '혹시 저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처음  본다며, 슈퍼문이 뜨는 날이라 달구경이 하고 싶은데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달마중을 나왔다  합니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니 거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함께 나갔는데, 연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느라 나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고운 인상과 다르게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쯤 동네를 걸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주었는데, 집 앞에 다다를 즈음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것을 나누던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5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갔다고 합니다. 갑작스레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나니 산책은 커녕 밖에 나오는 일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갑자기 슈퍼문을 보고싶은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왔다고 말이죠.

처음 본 그녀의 수다는 사람이 그리워 보이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를 묻어둔 것도 같았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려는데 잠시 집 구경을 해도 되겠냐고 뜻밖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것은 좀 나중에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온 후 일주일간 그녀 생각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기대도 해 보았지만 마주치지를 못했습니다. '명함을 줄걸 그랬나?'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아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이웃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요즘. 이곳에 이사를 온 지  3년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바쁘다는 이유로 옆집에  말 조차 걸지 않았던 나를 돌아보니 이웃이라는 말이 정말 무색해 집니다.

사람이, 이웃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다음에 그녀를 만나면 맛있는 커피 한잔 해야겠습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