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비가 폭우처럼 내리는 월요일 오전, 장애인과 치매 노인에게 생활도자기를 재능기부로 가르친다는 정경미 도예가를 만나러 강화를 가는 길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시골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작은 공방에 미소가 가득한 분을 만났습니다. 공방에는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가득 눈에 들어옵니다.

못생긴 신발도 있고 울퉁불퉁한 그릇도 있네요. 미완성인지 완성인지 알 수 없는 작품도 눈에 들어옵니다. 작품들 사이 해맑은 웃음으로 담겨있는 액자의 주인공이 혹여 따님인지 물었더니 오랜 세월을 돌봐주고 있는 장애인 아가씨라고 하네요.

남편의 회갑에 자신이 만든 그릇으로 그동안 응원해 준 이웃들을 초대해 큰 잔치를 열어주고 싶어서 도자기를 배웠다고 합니다. 피로와 일에 지친 현대인에게 작은 선물 같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밥그릇에 작은 콩알 하나 덧대어 무심히 밥을 먹다가 발견되는 밥그릇에 붙어 있는 작은 콩알 하나에도 웃음을 불러올 수 있는 현대인의 마음 곳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해학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에게 도자기를 가르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비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5분, 10분, 30분, 흙의 질감을 만지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 주면서 흙을 빚는 과정 하나하나가 자연 자극이 되어 아이를 변화시키는 시간을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가르치며 돌보게 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합니다.

또한 책임감도 커져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열심히 만든 작품으로 공모전에도 나가고 행복한 시간을 체험하니 보람도 커졌다고 합니다.
치매를 가진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첫 수업이라고 합니다. 기억을 인지하는 기능이 오늘에 멈추어 있는 이유로 날마다 오늘이 되고 그런 이유로 늘 첫 수업이라고 합니다.

발달장애와 치매라는 어려운 대상과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 버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흙을 만지게 하는 아이가 장애를 넘어 세상으로 한 발 더 용기 있게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하며, 긴 생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사는 어르신들의 오늘에 자신의 시간을 담을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날마다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이렇게 신이 나고 마음이 덩달아 커지나 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