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뽀드득 뽀드득 아이젠이 눈발에 찍히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산행길을 오른다. 등산 마니아들 이라면 겨울 눈꽃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 바로 덕유산이다.

겨울 산행이 낯선 초심자에게도 비교적 오르기 쉬운 곳으로 유명한 덕유산은,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도착하여 약 600m 정도 오르면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눈꽃 터널은 600m 높이에서 부터 너무도 아름답고 특별한 풍경으로 만날 수 있다. 겨울 산행을 하다 보면 앙상한 나뭇가지에 덕지덕지 엉켜 붙은 고사목의 설경을 볼 수가 있는데, 그때마다 겨울을 더 실감 나게 느끼게 된다.

앙상한 고목 나뭇가지마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눈 풍경들은 세상의 욕망을 다 비워내 주는 것 겉다.
그러면서 조금은 경건해지는 기분도 들고,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풍광이 불편한 진실을 벗어나게 해 주는 것 같은 신비로운 기분마저 들게 해 준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비우고, 기꺼이 줄기와 가지를 드러낼 줄 아는 그런 구상나무들을 보면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면 봄은 오지 않는다고 말 하듯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삶도 춥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며 눈 속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겨울을 견뎌내지 못하면 결코 봄은 오지 않을 것을 아는지 나무들은 줄기와 가지에 무겁게 붙어있는 많은 눈덩이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의연히 서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겨울산을 오르다 보면, 눈발 속에서도 의연하게 버텨내는 나무 곁에서 인생 사진 하나 쯤 남겨두고 싶은 욕심마저 들어 자꾸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지독하게 추운 겨울 덕유산은 유난히 거센 바람에 칼바람에 볼 따귀를 몇대 맞아야지만 제대로 된 산행을 한 듯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등산 코스
무주리조트-설천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 주차장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