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기온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수 있는 이른 아침이다. 새벽바람이  지리산에 첫서리를 내리고,  비 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막둥은 또 잔소리를 하며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천안에서 지리산을 가려면 보통은 새벽에 일어나 오전 4시 쯤 출발을 해야 한다. 오늘 지리산 산행은 7시 30분에 중산리 들머리로 시작하여 로타리대피소-법계사-천왕봉-통천문-장터목대피로 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로 총13Km이다.

오늘 지리산에서 걸어야 할 시간은 대략  일곱 시간에서 여덞 시간정도 예상했는데, 생각한 대로 7시간을 넉넉히 걸어서인지 몸과 마음이 즐겁고 행복했다.아주 가끔은 이른 시간이라서 몸이 거부할 때도 있지만, 시간을 되돌려 보면 그러기에는 아껴놓은 숨은 보석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처럼 몸은 달려가고  어느새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꾸만 깜박이는 기억력에 다음 주 주왕산을 신청해 놓은 것도 모르고, 또 다른 일정과 겹쳤다는 것을 알고 나니  어쩌면 좋을 런지 참으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대간 끝자락에 높이 솟아오른 지리산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명산이다. 전라남북도와 경남 등 3개의 도와 15개면에서 걸쳐있어 어머니의 품과 치맛자락처럼 넓은 산이다.

지리산은 또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1500m이상 되는 봉우리만해도 "천왕봉을 중심으로 반야봉, 제석봉, 노고단'' 이 있고, 12개의 뱀사골, 칠선, 한신, 삼원 등 깊은 계곡도 7개나 되니  계절마다 가고 싶은 산이기도 하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계절  이 가을에는 또 한해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산행 중 올려다 본 하늘은 매 순간 다른 색으로 변하기도 하니 말이다.

산을 오르려면 꾸준하게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최근 운동을 게을리 한 탓인지,  근육통으로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다. 감성 근육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거쳐야하는 근육통을 스스로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더 열심히 된비알을 오른다.  정상석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힘을 내어 발길을 내딛어본다.

정상석에 오르니 수많은 등산객들이 목표를 이룬 듯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선물 같은 단풍이 절정으로 향하는 하산 길에는 구상나무가 지난 강풍에 쓰러져 하얗게 말라죽어 있다.  그 중에는 아직 생생한 개체들이 남아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산리 계곡은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하루는 고되었지만, 절정을 이룬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심어 준 지리산에게 고마움을 전해 본다.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