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강원도 정선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민둥산(1,119m)은 산 이름에서도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정상 부분이 벗겨져 있으며, 나무 한 포기 없는 산꼭대기 평원에는 바람에 춤추는 은빛 억새만 한가득 바람에 흔들린다.

한낮에는 아직 조금 덥긴 하지만 이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민둥산  억새꽃을 보니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억새꽃이 아닐까 싶다.

민둥산이라는 이름은 "산에 나무가 없어 번번하다"라는 뜻의 민둥하다 에서 따왔다고 전해지며, 민둥산 본명은 "증산"이다. 어찌보면  거대한 왕릉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산의 머리가 벗겨진 것은 화전과 산불로 정상 일대에 나무가 없어지면서 지금의 민둥산이 되었다고 한다.

정선에서 특히 이곳에서 산나물이 많이 나기 때문에 옛날부터 매 년 한번씩 불을 질렀다는데, 실제로 보아도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은 일부러 불을 지르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산나물이 많이 나는 것을 보면 , 봄에 산나물 뜯기 대회가 왜 열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계곡도, 기암괴석도 없는 민둥산은, 산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추천하지 않지만, 가을이면 은빛의 억새 축제로 꼭 한번씩 들르는 산행지 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광활한 능선에 온통 억새의 물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민둥산은 또  경기 포천의 명성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남 밀양의 사자평과 함께 한반도 4대 억새 군락지로 꼽히는 명산이다.

10월초인 지금  억새꽃은 삼단 같은 고운 대궁을 드러낸 채 아직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11월 초까지 절정에 이를 억새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가 뜨고 지는 순간 이다.

민둥산은 코스가 길지 않아 쉽게 정상을 인증할 수 있는 산이다. 너덜지대 등 난 코스가 없어 가족 나들이에도 적격이다. 가장 긴 길을 선택해도 왕복 4시간이면 충분 하여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어린 아이는 걸리고 젖먹이는 업은 채 산에 오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정선 지역에는 특이하고 예쁜 지명이 많다. 아우라지, 아살미, 구슬골, 먼저골…. 발구덕도 그 중 하나이다. 발구덕은 여덟개(팔)의 구덩이(구덕)라는 의미이며 팔구덕에서 발구덕으로 음이 변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어마어마한 석회암지형. 지하수가 땅 밑의 석회암을 녹이면서 표면의 땅이 함몰해 구덩이가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질학 용어로는 돌리네(Doline)이다. 무심코 지나치면 평범한 능선 같지만 알고 보면 커다란 구덩이가 연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는 지형이라고 한다.

발구덕에서부터 길은 조금 더 가파르다. 갈지(之)자로 능선을 타고 오르다가,  정상을 약 400여m 남겨놓으면서 부터  숲을 벗어난다. 길은 거의 직선으로 이어져 있으며 길 양쪽으로 억새꽃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민둥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태백산이 코앞에 있는 듯 우뚝 솟아 있고, 연이은 봉우리들이 파도치는 바다처럼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증산읍과 동남천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무엇보다 억새밭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의 평원은 가을 추억으로 남기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민둥산 산행 코스
1코스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완경사-임도 갈림길-억새군락지-정상-급경사-임도갈림길-증산초
2코스 능전~발구덕-정상(최단코스)
3코스 삼내약수-갈림길-정상(최단코스)
4코스 화암약수-구슬동-갈림길-정상(가장 오래 걸림)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