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의 산행 마루 36회] 육백마지기 천상회원

[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고랭지 밭 ‘육백마지기’를 보기 위하여 정상까지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천상화원이 있다. 아마도 육백 가지의 소원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닌가 싶다.

꼬부랑 산길을 달리다 보면 하얀 옷으로 멋스럽게 차려입은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나간 자작나무 수백 그루가 희뿌연 배경과 어울리는 날씨를 만들어준다.

우리는 이러한 몽환적 분위기 아니 이국적 분위기 같은 풍경 속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하나가 된다.

청옥산 정상 부근이 바로 육백마지기다.
육백마지기란 볕씨 600알을 뿌릴 수 있는 넉넉한 땅이라는 뜻으로 약 3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산나물을 캐던 땅이라고 하는데 평창군 미탄면에 전해오는 "평창아라리"의 가사에도 육백마지기 화전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숼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
마음에 바람 한 줌, 햇살 한줌 들이마시며 낯선 이야기가 아닌 꽃 이야기로 육백마지기에 마음을 숨겨본다.
웅장한 산세와 아름다운 샤스타데이지 꽃으로 멍 때리기 좋은 오후의 햇살 아래 차분해지는 풍경처럼.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의 공기를 마시며 꽃의 향기를 느껴보는 7월. 내 감정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숨기는 법을 먼저 배웠다.

여름 청옥산에서 별을 기다리면 별을 만날 수 있으려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원 하나 빌어보고 싶다.
가장 쉽고 익숙한 건 배경처럼 존재하는 것인가.

육백마지기 천상화원에서의 하루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 주기를 바래본다.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

이병희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