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푸념에세이 42화] 생명은 푸념 대상 아니라지만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허망하고 또 허망하다.

그리 떠나실 터인데, 왜 잘해 드리지 못했나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겹겹이 쌓인다. 가신 분은 정 떼느라 그리 못되게 했나 싶기도 하다. 생명은 푸념 대상이 아니라지만, 오늘은 그 고상한 도덕 좀 깨자.

“막내 손자가 군대 다녀와 취직하나 했더니 교통사고로 잘못됐어. 쉬쉬했건만, 할아버지는 손자 교통사고 일 년 만에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어. 말씀 한마디 못하시고.”

근 20년을 치매로 누웠던 할머니는 2년을 더 살다 할아버지 따라가고. 교통사고로 자식 잃은 아들도 4년을 버티다가 갑자기 희소병으로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갔어.

세상에! 기가 막혀 울음도 안 나와. 90 넘은 할머니야 호상이라지만, 젊은 목숨은 어쩌니?

그런데 말이야. 이왕 내친김에 죽음 뒤의 가슴 아픈 이야기 하나 더 하자.

“부모는 반드시 재산 정리하고 떠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자식새끼들 싸움 벌어져.”

왜 재산 앞에서 넉넉하지 못한 걸까. 내가 번만큼 살면 되잖아. 사는 데 큰돈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맘 편히 잠 잘 자면 되는 거잖아. 꼭 큰 잔치판처럼 살아야 하니?

“아버지가 양자 간 아들에게 건물 하나 주었는데, 아버지가 세상 뜨자 친형들이 건물을 내놓으라는 거야. 결국, 의절했지. 그 사실을 안 우리 집 양반 술버릇이 하나 더 늘었어. 술 취해 귀가하면 종이 가져오라고 난리다. 유언장을 써야 한다고.”

한 줌 재로 흩어질 몸뚱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 돈이 필요한 거 맞아.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부모 살아생전에 친정이고 형제자매라더니 정말 그런 거니?

부모 세상 뜨신 후에 더 깊어져야 하는 게 형제자매의 정 아니니. 가진 것도 나누고. 이런 내 생각, 크게 잘못된 거니?

요즘 안타깝다 못해 가슴이 저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 밤엔 잠도 못 자. 누우면 명치끝 아림이 동그라미처럼 파문 일으키며 가슴을 옥죄어 견딜 수가 없어.

살아 있는 것이 환희라는데…

고통 없고, 생각 없는 편안한 잠. 수면(睡眠)은 지친 마음을 치료하는 가장 훌륭한 약이라 했어. 나도 자고 싶다.

숙면을 취하고 싶다.

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