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의 연예코치] 신성 모독인가? 발칙하고 도발적인 문신구의 영화 ‘원죄’

종교와 인간, 원죄의식 다뤄 ‘영화는 영상과 시나리오, 연기력으로 완성되는 예술’ 김정겸 칼럼니스트l승인2017.08.11l수정2017.08.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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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신구 감독의 영화 원죄

[골프타임즈=김정겸 칼럼니스트] 종교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이다.

영화감독 문신구는 “그 절대자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이를 철저히 파헤쳐 그 허구를 들어내고자 영화 ‘원죄’(原罪)를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그의 생각이 정답일까? 그의 종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몇 가지 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원죄’란 아담과 하와가 죽음과 질병이 없는 낙원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어겨서 에덴동산에 있는 선악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서 나타난다. 문신구 감독은 여기부터 잘못된 이야기임을 밝힌다.

그의 문제의식의 첫 번째는 “왜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인간이 죄를 갖게 만들었냐?”에 있다. “애초 선악과에 대한 가정을 없애버리고 선하게 살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식이다.

영화에서 설정된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인인 아버지 상문(백승철)과 간질병을 가진 딸(이현주)은 결국 선악과를 따먹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세상을 비관하고 신을 저주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발칙함은 성모마리아를 죽이려는 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종신서약을 한 수녀 에스더(김산옥)는 성모마리아의 분신이다. 에스더는 에스테르(Esther)의 다른 이름이다. 에스테르는 ’별’의 뜻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다. 에스테르는 불의와 억압에 맞서 과감히 말하고 행동하는 용감한 왕비이다.

영화에서 에스더는 상문의 가정사의 비밀을 알고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신앙적 소명과 인간애적인 연민으로 신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이러한 종신서약의 수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다.

세 번째 문제의식은 영화에서 상문이 자신의 딸에 의해 살해당하는 스토리 전개에서 발견된다. 딸이 아버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표현이다. 여기에서 상문은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한 천사 같은 수녀를 저주와 파괴의 대상으로 삼는다. 상문 자신이 신을 심판하겠다는 태도이다. “우리(아버지와 딸)를 이리도 역경 속에 살아가도록 만든 신의 결정은 올바른 결정인가?”를 묻는다.

그런데 그런 아비를 딸이 역으로 심판하고자 한다. 이는 종교적 입장에서는 오히려 딸이 잘못된 아비를 징벌함으로서 자신을 구원하고자 함인지, 아니면 전지자적 입장에 있는 것인지... 이 또한 인간의 죄의식과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정녀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동정 마리아 대축일(Sollemnitas in Conceptione Immaculata Beatæ Mariæ Virginis)은 성모 마리아께서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 되었다는 기독교 전승을 기념하는 날이다.

'원죄' 연출자 문신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 들어 큰 사회적 화두 가운데 하나는 종교 문제"라며 "종교와 인간, 원죄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종신서약의 수녀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화법은 과연 대축일에 대한 논리를 넘어설 수 있을까? 흥미롭다. 이 논리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도 궁금하다. 또한 감독이 풀어 나간 논리에 관객이 얼마나 동의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이를 관객들과 함께 지고 가야할 문제라면 감독은 관객을 철학자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종교계와 종교인들이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줌으로서, 또한 감독은 적절한 대답을 스크린에 전개함으로서, 영화 ‘원죄’는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문신구 감독의 이 모든 문제의식에 대해 이제는 기독교에서 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기대해 본다.

영화는 감독의 영상 철학과 시나리오의 완성도, 그리고 그것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해 내는 배우의 연기력 등 3박자를 통해서 완성되는 예술이다. 감독이 어떤 종교적 감성을 갖고 이 영화에 어떤 색을 입혔는지 그리고 출연배우들의 철학이 이 영화를 어떻게 빛나게 했는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감독 문신구는 그의 필모그래프에서 보듯 문제적 남자라는 점, 남자 주연 배우 백승철은 그의 깊은 눈에서 깊이를 모를 정도의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역할을 소화해 내었을 것이라는 점, 여자 주인공인 김산옥은 저 내면에 있는 깊은 공감적 울림을 통해 인간적인 연민과 신의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느껴볼 여지를 주고 있다.

영화 ‘원죄’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싶다. 즉, 존재론적 질문은 예술에 관한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존재론적이라면 영화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종교에 대해 상시적인 수준의 그것도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만 갖고 있다. 다만 이 영화의 줄거리를 통해 실존적 삶을 사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살기 위한 실존적 몸부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상문의 행동은 부존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공감한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가냘픈 저항이라는 점에서 슬프다. 또 거대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처절하다.

영화는 예술이면서 동시에 빵이고, 또 동시에 사랑이다. 그래서 우린 영화를 가까이 할 수밖에 없다.

김정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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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정겸
철학박사, 文史哲인문학연구소장, 현재 한국외국어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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