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스타톡톡] 원죄 개봉 앞둔 영화감독 문신구, 그를 ‘문화변태’라 부르는 까닭

신성모독 ‘하나님은 나를 심판하고 나는 그 하나님을 심판한다’...관객이 말할 때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17.08.15l수정2017.08.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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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올 여름, 몇몇 영화감독이 구설에 오르며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함께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역사 왜곡, 식민사관 조장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극장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개봉된 영화 ‘뫼비우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처음 이 영화의 주역으로 결정됐던 여배우를 폭행하고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면 촬영을 강요한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영화계 및 여성문제 관련 136개 단체·기관으로 구성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한 상태라 그의 ‘국제적 명성’이 와르르 할 판이다.

여기에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문신구 감독도 또 다른 시비를 일으키며 구설에 올랐다. 종교계와 마찰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영화의 개봉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완성한 영화 ‘원죄’를 두고 “신성(神聖)을 모독했다”라며 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죄’의 내용과 ‘신성모독’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우선은 선공개된 이 영화 포스터의 헤드카피에서 그 불편함을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은 나를 심판하고 나는 그 하나님을 심판한다”란 헤드카피는 종교계 입장에서 보면 오만불손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이 신을 심판한다는 내용은 우리 사회의 예술적 표현이 지켜야할 선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이 발칙하고 도전적인 헤드카피는 결국 영화 내용의 압축이다. 기술시사(관객 공개에 앞서 영화 스태프들이 최종 점검하는 단계)에서 밝혀진 내용은 이렇다.

어릴 적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입고 종신수녀의 길을 택한 수녀 에스더(김산옥)는 종신서약 후 첫 부임지인 해안가 성당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상문(백승철)과 동행을 한다.

상문은 기지촌에서 미군에 몸을 팔고 살던 아내가 외국인을 따라 어린 딸(이현주)까지 버려둔 채 가출하자 세상을 비관하고 신을 저주하며 살아가는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여기에 그의 딸은 뇌전증(간질)환자다.

에스더는 상문과 딸(이현주)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도우려 하지만 그들 부녀의 거친 저항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그들 가정사의 엄청난 비밀까지 알게 된 에스더는 신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들의 삶에 개입하려 한다.

반면 상문은 에스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한 망상에 빠진다. 에스더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병적인 집착은 도를 넘는다. 제작진에서는 스포일러를 내세워 결말을 숨기려 하지만 오해를 덜기 위해서는 영화의 결말을 어느 정도 암시하는 기술은 양해되어야 한다.

상문은 딸에 의해 살해되고, 딸은 스스로 자살을 택한다. 신의 대리인을 자처했던 수녀는 이 비극적 상황에서 ‘원죄’타령만 할 것인가. 문 감독은 그렇게 묻고 있다.

죄로 죄를 짓게 하고, 저주의 저항이 신과 세상의 분노를 유도하고, 파괴가 자학이 되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 구조는 연출과 표현 등에 있어 다양한 논란의 여지를 낳는다.

결론적으로 ‘원죄’는 신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은 신에 대해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이는 신을 부정하는 결말을 가져오며, 그것이 감독의 연출 의도라면, 당연히 교계, 특히 기독교의 거센 저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신구 감독은 지난 1994년 그가 연출한 연극 ‘미란다’의 외설시비로 불구속 기소된 전력이 있다. 이후 동명의 영화 ‘미란다’를 제작 연출 주연으로 내놓아 또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 그는 영화 ‘콜렉터’를 내놓아 ‘문화변태’란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때 그는 ‘외설과 예술’ 사이를 넘나드는 줄타기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한 바 있다. 이때는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가 법정 다툼을 벌인 직후이어서 ‘문학계의 마광수, 영화계의 문신구’는 예술계 에로티시즘 논란의 쌍두마차로 오랫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문신구 감독이 10여년 침묵을 깨고 충무로에 귀환해 내놓은 작품이 ‘원죄’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는 다시 논란의 주인공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 준비에만 10년이 걸렸다 하니 말하자면, ‘원죄’는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리라. 시류에 연연치 않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세간의 평가를 하찮게 여기며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연출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과 예술과 작업정신이 가히 평범함을 넘어선, 특별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원죄’의 평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일부 평론가들이나 소위 영화애호가들은 전작이 흥행에 실패한 감독들의 작품, 그 중 실험적인 영화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을 드러낸다. 입을 모아 새로운 작품이 나와야 된다고들 하지만 ‘원죄’처럼 논란에 휩싸인 작품에 대해선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문신구 감독의 ‘원죄’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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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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