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나는 닭이로소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따지지 맙시다. 어미 닭이 알을 품은 지 21일이 지나면 병아리는 부리로 껍데기를 깨고 나옵니다. 어린 병아리는 솜털로 덮여 있다, 솜털이 깃털로 바뀌는데 30일, 6개월이면 다 자란 닭이 됩니다.

붉은 볏을 세우고 꽁지깃이 길게 화려하게 사는 수탉으로서의 삶은 치열합니다. 파드닥 날갯짓하며 1m 높게 뛰어올라야 하며 목청도 새벽을 가를 정도가 되어야 암탉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발톱과 부리로 적에게 대항하며 거느린 식솔들의 양식을 찾기 위해 두 발로 흙을 파헤쳐 놓습니다. 그러면 암탉들이 새끼들을 끌고 와서 곤충이며 식물의 씨를 골라 먹입니다. 별식으로 도마뱀과 작은 쥐까지도 찾아 먹입니다.

닭, 우리의 수명은 30년입니다.

집 안팎을 돌아다니며 사는 우리는 그 보답으로 주인 가족들에게 일 년에 유정란 200개 생산하여 건강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닭고기와 달걀에는 인체가 합성하지 못하는 라이신과 트레오닌 같은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습니다. 닭이 사라지면 인간은 아미노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우리를 콧구멍보다 작은 칸 속마다 가두어 30일 만에 1kg 살이 오르도록 사료를 먹이고, 병들지 말라고 항생제도 같이 먹입니다. 2년 남짓 매일 알을 낳게 하다가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공장식 사육은 질병에도 약해 AI에 걸리면 산 채로 매장해 버리는 일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대기오염의 주범은 소와 돼지라는 사실을. 그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메탄은 우리 닭의 4배입니다.

당신들, 인간의 수명은 백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 수명은 원래 30년인데 양계장에 갇히면서 ‘30일’이 되었으니 이 원통함을 어찌합니까?

내 가족을 거느리고 흙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원합니다. 예부터 우리는 당신들의 길조와 다산 상징이었습니다. 조선 선비들은 관직을 준비할 때 우리 그림을 집안에 걸었고, 중요한 날과 극진한 대접의 중심엔 늘 우리가 있었습니다.

초복 날, 인간들에게 고합니다.

“우리의 목숨 30년, 그 계생(鷄生)을 보장하라.”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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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