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윤겸 칼럼니스트]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인간의 시간’이 최근 촬영을 마쳤다. 제작사 측은 지난 3일 이번 영화의 크랭크업 소식을 발표하며 김 감독과 배우들이 촬영 마지막 날 함께한 단체사진을 공개했다.

‘인간의 시간’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군함 안에서 도덕과 윤리를 넘어 다양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신작이 눈길을 끄는 것은 김 감독이 선보이는 영화 중 드물었던 멀티캐스팅을 시도했다는 점.

장근석, 이성재, 안성기, 류승범, 후지이 미나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이처럼 유명 배우들이 다수가 출연하는 사례는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끈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은 유난히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국내감독들이다. 게다가 두 감독은 유난히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경우 지난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음에도 국내 흥행은 물론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한 편이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최근 행보는 홍상수 감독과 맥을 달리한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촬영 스타일을 이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홍상수 만의 독보적인 영화문법이 여전하지만 한편으로는 동어반복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반면 김기덕 감독의 경우 최근 연출 스타일이나 화법에서 변화를 주고 있음이 역력하다. 초창기에는 인간 군상이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구원을 이야기로 다루던 시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재도 다양해지고 시각 역시 사회적인 시선으로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잘 보여줬던 영화가 전작인 ‘그물’이다. 그물에 걸린 배로 인해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 어부의 이야기를 다룬 ‘그물’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 외에도 류승범이라는 배우를 최대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김기덕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감독의 주제와 메시지 안에서 활용되는 ‘전달자’적인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물’의 경우 배우 류승범의 기존 이미지와 연기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 배우가 돋보이는 기존에는 드물었던 연출 스타일이 인상적이었다.

전작에서 보여준 변화는 이번 ‘인간의 시간’에 대한 어떤 기대감을 전해준다. 기존에는 보기 드물었던 멀티캐스팅을 시도한데다 앞서 보여준 배우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는 연출 방식으로의 변화가 색다른 ‘김기덕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화법, 주제가 변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불편하다. 그럼에도 여러 유명 배우들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까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는 없던 것임은 분명하다. 이번 영화는 제작 스케줄 상 오는 8월 개최하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선보일 가능성도 높다. ‘인간의 시간’은 과연 국내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까.

김윤겸 칼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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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컬럼니스트는
TV리포트, 티브이데일리, 시크뉴스에서 취재팀장을 담당했다. 현재 트레블라이프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