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옷차림에서부터 가방, 액세서리 등 나를 나타내 보여주는 것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준비 단계가 됩니다.

이  또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중요한 미팅이 있어 가는 중이었는데, 운전 중 갈증이 생겨 귤을 까다가 그만 셔츠에 귤 즙이 묻어버렸습니다.

흰 셔츠이다 보니 노란 귤즙이 커다랗게 자국이 생겨 순간 당황스러워집니다. 미팅 시간도 촉박하고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집니다.

죄 없는 흰 셔츠만 뚫어져라 보는데 노란 귤즙이 인사를 합니다. “안녕 나는 귤이라고 해!” 갑자기 귤이 인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단 한 방울의 자국에서 귤의 존재감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작은 물방울 하나가 보여주는 노란색의 존재감에서 우리 또한 사람으로 올 때, 한방울의 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됩니다. 귤이 보내는 인사를 즐겁게 받아들이니 당황스러운 마음이에도 스카프를 다시 정돈하게 되고, 오늘의 미팅이 성공적일 거 같다는 생각에 기쁨이 느껴집니다.

역시 마음이 보내주는 신호는 정확합니다. 불편할 거라고 미리 짐작했던 그녀와의 미팅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오늘 그녀와 약속을 잡아놓고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만남을 통보했고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조율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와의 만남이 선뜻 기쁘지 않았던 이유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불편한 사람과의 대화를 잘 이끌어내는 나를 믿어보자는 마음의 신호가, 귤 한 방울을 통하여 흘러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귤 즙 덕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준비해 보는 그런 시간 을 가진 후 그녀와의 만남을 실행했습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어떤 신호를 보내주며 알아차리게 하고 알고 싶은 마음을 채워 주기도 합니다.

하루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에 먼저 고마운 마음을 채워봅니다.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인정해 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날이었습니다.

각자 고유한 언어 사용법이나 마음 사용법에서, 우리는 서로가 잘 지내는 법을 체득하고 배워야 함을 깨달은 오늘입니다.

시인 이정인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